[기자수첩] 인공지능, 투쟁의 대상인가

기사승인 2017-05-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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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공지능, 투쟁의 대상인가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에서 승리하며 인공지능(AI)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이끈 ‘알파고’가 다시 인간과의 ‘승부’를 벌이며 주목을 받았다.
 
구글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는 지난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커제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25일 이어진 2국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해설에 나선 김성룡 9단은 “압도적인 모습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실력의 격차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인간과 호흡을 맞춘 복식전에서는 패했지만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최근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구글, IBM,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인공지능 솔루션들은 이제 스마트폰과 PC 속에서, 거실과 안방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가정용 인공지능 제품을 ‘스마트홈’, ‘스마트카’까지 확대하고 있으며 삼성, LG 스마트폰과 가전제품도 ‘지능형’을 표방한다. 구글과 네이버의 신경망 번역부터 인공지능이 닿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익숙해진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10의 170승에 달하는 무수한 경우의 수 덕분에 인간의 ‘직관’ 영역으로 인식되던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승리하자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직업을 빼앗을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졌다.

이미 일부 언론사에서는 인공지능이 기사를 작성하고 금융계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를 진단한다.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는 그림과 음악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창작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다보스포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의 기술 발전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 중 510만개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인공지능이 이 같은 폭발적인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빅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 덕분이다. 과거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역할을 수행하던 것이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학습 방식을 모사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인공지능은 말 그래도 인간을 ‘모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인공지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시된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는 아직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을 온전히 보조하기도 벅차다. ‘지능’이라고 이름 붙었지만 기술을 통한 문명 발전의 한 단계다. 

실제로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국내 강연에서 “공상과학소설 같은 반응은 과학의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며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기 힘든 작업이나 지겨운 일들의 자동화를 가져오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의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한 ‘도구’라는 의미다.

19세기 초 산업혁명 당시에도 방적기계에 자신의 역할을 빼앗길 것에 반발한 숙련공들이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다. 실제로 많은 인간이 일자리를 잃었고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은 팽배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다른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세상 모든 것이 소립자와 전자의 작용으로 이뤄진다는 물리주의에 기초한 인공지능이 우리의 정신이나 감정 활동의 ‘가치’까지 대체할 수도 없다.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의 사회적 문제 발생도 피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대안이 되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더 가치 있는’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다.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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