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프레스] 어른들 욕심에 누울 곳 없는 청년들

“청년 주거난, 정부·지자체가 해결해야”

기사승인 2020-11-05 1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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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프레스] 어른들 욕심에 누울 곳 없는 청년들

[쿠키뉴스 유니프레스] 박재현 중대신문 기자 = 얼마 전 일이었다. 학교 근처 자취방 계약 기간이 한 달 정도 남았을 때다. 반지하 월세방 생활이 건강에 썩 좋지 않음을 느껴 새로운 집을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반지하이지만 대학교 근처라는 장점 때문에 매월 53만 원씩 비싼 월세를 내고 있었다. 대학생치고는 비싼 가격이다. 취업 준비를 앞두고 있어서 전세 매물을 알아보기로 마음먹고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갔다.

“학교 근처에 원룸을 알아보고 있는데요. 전세로 나온 매물이 있을까요?”

“전세 매물? 지금 코로나 때문에 매물이 아예 없진 않아요. 대출 같은 건 안 받을 거죠?”

“아, 전세 대출받으려고 했는데요”

“전세 대출 받을 거에요? 그럼 매물 없어요”

월세보다 전세 매물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월세는 약 50만 원 이상이지만, 전세 대출 이자는 20~30만 원 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 대출이 가능한 매물을 찾기 어려울 줄은 몰랐다. 전세 대출이 가능한 매물이 아예 없다는 말에 당황한 내 표정이 공인중개사의 눈에 보였나 보다.

“일단 제가 집주인께 대출이 가능한지 한번 전화는 해볼게요”

공인중개사 사장님의 친척이 내놓은 매물을 보러 갈 수 있었다. 작은 원룸이었지만 보증금은 1억이 조금 넘었다. 그래도 전세 대출이 가능해 부모님을 모시고 한 번 더 방문하기로 했다.

이틀 후에 부모님이 오시기로 한 날, 갑자기 집주인의 마음이 바뀌어 전세 대출은 계약이 어렵다고 전화가 왔다. 대출은 내가 받는데 왜 집주인들은 이토록 꺼리는지, 대학생이 대출 없이 1억이라는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눈앞이 깜깜했다.

집주인들이 전세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불법 개조 시설은 전세 대출을 할 수 없다. 게다가 구청에서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꺼릴 수밖에 없다.

전세 대출은 그들에게 감수하기 싫은 위험성이다. ‘불법 증축’ ‘불법 쪼개기’는 원룸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불법개조 시설이다. 불법 증축과 불법 쪼개기는 세입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옥탑방을 증축하거나 큰 방을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나눴다는 의미다.

이들은 용어 그대로 모두 불법이지만 비싼 원룸 가격 속에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방을 찾으려는 대학생들은 이런 방에서 살 수밖에 없다.  

불법 용도변경도 전세 대출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인 예는 원룸으로 ‘둔갑’한 고시원이다.

집주인들은 건축 당시 주택보다 건축 규제가 느슨한 고시원으로 건축 허가를 받는다. 고시원은 방 개수 대비 주차장을 덜 지어도 되기 때문이다. 이후 주택으로 불법용도 변경한 건물은 원룸 형태 모습을 한 주택이지만 서류상으로 고시원이기 때문에 전세 대출이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고시원에는 개별 취사 시설이 없어야 한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고시원은 보통 제2종 근린생활시설 중 다중생활 시설에 포함된다. 다중생활 시설은 각 방에 개별 취사 시설을 설치하면 안 된다. 그러나 불법으로 취사 시설을 설치해 원룸으로 둔갑한 고시원도 많다.

불법 용도변경도 적발될 경우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가해야한다. 이러니 전세 대출을 거절할 수밖에 없다.

일부 공인중개사는 대학생에게 ‘신용대출’을 권한다. 전세 대출이 어려운 현실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친구도 전세 대출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공인중개사는 친구에게 좋은 생각이라는 듯이 “부모님 찬스 써야죠. 신용대출로 전세 들어가는 건 어때요?”라며 신용대출을 권했다. 결국 친구는 아르바이트로 번 임금과 용돈 일부를 보태 월세로 살고 있다.

상경한 청년들은 성인이 되자마자 ‘주택 빈곤’이라는 문제에 마주한다. 치열한 기숙사 경쟁률에 치이고 비싼 방값에 치인다. 청년 전세 대출로 구할 수 있는 여유로운 방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수준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차례다. 어른들의 배불리기로 청년들은 발 뻗고 잘 공간조차 잃었다.

[유니프레스]는 쿠키뉴스와 서울소재 9개 대학 학보사가 기획, 출범한 뉴스콘텐츠 조직입니다. 20대의 참신한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가감 없이 전하겠습니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