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프레스] 모든 표현이 자유가 될 수는 없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위헌 여부 판단, 이른감 있어”

기사승인 2020-11-12 13:38:09
- + 인쇄
[유니프레스] 모든 표현이 자유가 될 수는 없지

[쿠키뉴스 유니프레스] 박민진 연세춘추 기자 = 누군가 작은 공을 쏘아 올렸다. 우리는 상공 높이 떠 있는 공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현재의 정세(情勢)를 보아하니 답은 참 간단했다. 먼저 끌어내리면 그뿐이다.

코로나 앵그리(Corona Angry). 무기력증과 우울감을 나타내는 블루 단계를 넘어 극심한 분노와 과잉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다. 여과 없이 드러내는 과도한 감정과 표현에 불편함을 느끼는 요즘, 한없이 냉랭한 사회 분위기의 원인을 찾을 때 코로나19는 어쩌면 가장 나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수록 미디어 사회는 더욱 활발해졌다. 누리꾼들은 자신의 역할을 시청자로, 때로는 제작자로 다양하게 꾸려가며 범위를 확장했다. 이용자 수가 증가하는 만큼 각종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소문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다. 논란을 일으키는 자극적인 내용은 무료한 삶의 원동력이자 꾹꾹 눌러왔던 화를 표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니까.

미디어 사회는 상호 소통으로 유지된다. 현재 사람들은 소통을 잊고 서로에게 활을 겨눈다. 공인과 일반인 할 것 없이 비방에 가까운 원색적인 비판 대상이 되면서 관련 없는 주변인에게까지 화가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범국가적으로 퍼진 바이러스에 의해 만들어진 도피처가 오히려 더 큰 악으로 변질한 셈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미디어 윤리 타락에 속도 내는 꼴?
지난 9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두고 헌법소원 사건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해당 조항은 공연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죄의 성립을 인정한다. 한 시민이 수의사의 오진에 대한 게시글 제한에 부당함을 인지한 것으로부터 문제가 대두됐다.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것이다.

과연 이 법안은 단순 명예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익에 불과한 것일까? 현재의 상황을 견줬을 때 국민들의 공론장을 위축시키는 위헌적인 법안으로 단정 짓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 유튜브에서 유명세를 떨친 가짜사나이 출연진들이 각종 루머에 휩싸였다. 고발과 의혹 제기를 주 콘텐츠로 삼는 유튜브 채널들이 논란의 시작을 알렸고, 당사자들을 완전한 악질로 굳혀버린 것은 열광적으로 동조했던 세상이었다. 더군다나 개인의 위신이 곧 국가의 체면으로 이어지는 전직 한국군 특수부대(UDT) 출신들에게 이번 사건은 타격이 극심하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된다면 향후 비방에 가담한 가해자들을 찾는 것은 어려워진다. 명예훼손 글 게시 자체가 위법으로 취급받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명예를 상실한 한 명의 개인이 내뱉는 항변은 결코 영향력 있게 작용할 수 없다. 또한 현재까지 가해자 형벌을 대체할 만한 수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의 폐해가 극심해져가는 시대 속에서 이를 저지할 수단을 없앤다는 것은 더 큰 피해를 야기한다.

다양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되 개인의 인격권은 헌법상으로 보호받아 마땅한 권리다. 당장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것보다 개인의 안전을 목적으로 한 실질적인 재판 제도와 함께 소견을 펼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의 유기성이 우선돼야 한다. 앞선 주장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사용자의 참된 줏대가 바로 서야한다. 객관적인 진실을 외면하려는 모습과 개인의 신념이나 감정에 따라 여론을 형성하려는 행태는 탈진실 사회를 부추긴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지속적인 오류만 낳을 뿐이다.  

잘못에 대해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타당한 이유가 없는 비판은 근본 없는 힐난이 될 뿐이다. 미디어 사회에서 소비자는 이해와 수용의 태도를 갖춰야 한다.

[유니프레스]는 쿠키뉴스와 서울소재 9개 대학 학보사가 기획, 출범한 뉴스콘텐츠 조직입니다. 20대의 참신한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가감 없이 전하겠습니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