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하고도 당당…면책 특권 ‘방패’ 삼는 외교관들

최은희 / 기사승인 : 2021-06-24 15:40:47
- + 인쇄


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음주운전을 한 중국 총영사관 소속 외교관이 면책특권을 주장했다. 일부 외교관이 해당 권리를 ‘범죄 면죄부’로 악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4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중국 총영사관 소속 영사 A씨는 광주 서구 풍암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가 지난 20일 적발됐다. 음주 운전을 의심한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적발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만취 상태였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에 “병원에 입원 중인 중국인 유학생을 만나고 오는 길”이라며 “공무 중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경찰은 A씨에 면책특권을 적용할 수 있는지 외교부에 질의한 상태다.

면책특권은 국제협약에 따라 외교관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을 뜻한다. 원활한 외교활동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주한 외교관은 접수국에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체포·구금되지 않는다. 공관이나 관사에 경찰이 허가 없이 들어갈 수 없다. 형사 법정에도 서지 않는다. 한국이 아닌 본국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외교관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자발적으로 출석하거나 면책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수사기관이 강제로 조사할 수 없다. 대다수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된다. 문제는 범죄를 일으킨 주한 외교관이 이를 악용한다는 점이다. 면책특권을 주장한 A씨도 마찬가지다. 

비판은 커졌다. 일부 네티즌은 “면책특권을 남용하고 있다. 법대로 처벌해라”,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철저하게 조사해라”, “누구를 위한 면책특권이냐”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면책특권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개포동에 거주하는 교수 김모(47)씨는 “면책특권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면책특권을 없애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음주 운전이 어떻게 공적인 업무 중 일어날 수 있나”라며 “면책특권을 이용해 책임 회피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면책특권을 방패 삼아 처벌을 면하는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경찰청의 ‘주한 외국공관원 범죄 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 2019년까지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형사재판관할권 면제특권을 받은 주한 외국공관원은 총 63명에 달한다. 폭력, 성범죄 등 강력범죄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2019년 상반기까지 발생한 범죄 건수는 6건이다. 교통법규 위반뿐만 아니라 성범죄, 폭행 등 강력 사건이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 4월에는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이 서울 한남동 옷가게에서 직원의 뺨을 때려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지난 3월에는 주한 수단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서울 강남에서 택시와 추돌 후 도주하는 뺑소니 사고를 냈다. 그는 면책특권을 이용해 입건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르완다 외교관이 두 번째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형사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hoeun23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