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학식까지? 고물가 속 밀키트 잘 나가네

물가 인상 여파에 학식 운영 고비…존폐 위기도
가성비·편의성 갖춘 밀키트 수요 급증

기사승인 2022-09-22 08: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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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학식까지? 고물가 속 밀키트 잘 나가네
19일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밀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가 상승 압박이 대학가로 옮겨 붙었다. 저렴함의 대명사였던 학생식당의 밥값이 오르면서 학생들의 근심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한 대학 식당에는 밀키트까지 등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역대급 고물가에 밀키트가 대학가로 진출하면서 간편식(HMR) 시장 성장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서울대 캠퍼스 내에서 가정간편식(HMR) 판매를 시작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학생식당 운영이 어려워지자 대학 측이 간편식 도입에 나선 것이다. 

서울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운영을 중단했던 학생회관 지하 1층 식당 공간을 ‘무인 간편식’ 코너로 재개장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밀키트 가격은 4000∼6000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키오스크(무인기기) 결제로 24시간 운영되며, 일부 제품은 즉석에서 마련된 조리기구로 직접 요리가 가능하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이 외부 업체에 판매 공간을 제공하고 업체가 생협에 수수료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서울대에 밀키트가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다. 조리 과정을 생략해 인건비를 줄이고 학생들의 식대 부담도 덜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와 학식 운영 비용의 부담으로 일부 소규모 급식업체들은 존폐 여부까지 거론되고 있다. 

서울대 생협 관계자는 “(밀키트에 대한) 학생들 반응은 나쁘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물가도 많이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다 보니 학생식당 이용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건 맞다. 코로나 이전에도 힘들었지만 갈수록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학 내 소규모 식당이 많지는 않고 운영하는 주체도 다양한데 하루 이용 인원은 600명 정도 된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운영이 더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며 “엔데믹으로 대면수업이 활성화됐어도 그간 변화된 소비 패턴으로 인해 학생들이 학식을 이용하는 횟수는 줄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 생협은 물가 상승과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식대를 기존 3000∼6000원에서 4000∼7000원으로 인상했다. 이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가격과 품질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젠 학식까지? 고물가 속 밀키트 잘 나가네
19일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밀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학생들의 상당 수가 밥값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실시한 ‘2022 전국 대학생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47%)에 가까운 학생들이 식비 지출에 가장 큰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어 학비(27.1%)와 주거비(14.2%) 순이었다. 

홍익대에 재학 중인 김 모씨(여·25)는 “아직까지는 학식을 자주 이용하고는 있지만 고물가 탓에 점심값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며 “편의점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밀키트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효자 상품으로 통한다. 가성비는 물론 요리 시간을 줄여주는 편의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영향으로 간편식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이에 따라 밀키트 수요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종류의 밀키트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업체들의 밀키트 시장 선점이 치열해짐에 따라 각종 협업을 통한 차별화와 밀키트 고급화도 이뤄지는 추세다. 

실제 밀키트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약 34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017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오는 2025년에는 725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밀키트 수요 증가와 함께 전문점도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출혈 경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인상과 소비자들의 간편식 수요가 더해져 밀키트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자체 밀키트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시장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