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신조어 마케팅의 ‘명과 암’

언어 유희로 마케팅 성공? 대화 단절 우려도
“젊은 세대 겨냥한 신조어 마케팅 계속될 것”

기사승인 2022-10-13 07: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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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신조어 마케팅의 ‘명과 암’
SSG닷컴

얼마 전 한글날을 맞아 온라인 상의 ‘신조어’가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유행어, 신조어 확산은 더 가속화됐고 광범위해졌다. 2030 젊은 층의 신조어 사용도 늘어나면서 새로운 신조어도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젊은 층을 겨냥한 신조어 마케팅이 재조명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신조어를 마케팅에 활용해 쉽고 재미있게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제품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 증대를 이끄는 효과적인 방편으로 꼽히지만 언어 파괴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과거 신조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보면 줄임말부터 초성체, 급식체, 야민정음(한글 자모를 비슷한 모양으로 바꿔 단어를 다르게 표기하는 인터넷 밈)까지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2019년 팔도가 출시한 ‘괄도네넴띤’이 있다. 이 제품은 ‘팔도비빔면’ 포장지 글씨체가 ‘괄도네넴띤’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글 자음과 모음을 모양이 비슷한 다른 음절로 바꿔 쓴 것이다. 

괄도네넴띤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매진 행렬을 이어갔고, 이후 유사한 신조어 마케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위메프는 야민정음을 활용한 ‘위메프’ 대신 ‘익메뜨’라는 이름을 건 마케팅을 선보였다. 행사 품목도 ‘귀띠머신’(커피머신), ‘스띠귀’(스피커), ‘치귄’(치킨), ‘공7l청정7ㅣ’(공기청정기) 등으로 판매했다.

신세계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쓱’도 신조어 마케팅을 활용한 전략으로 광고 기간 동안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롯데면세점은 ‘롯데듀티프리’(LOTTE DUTY FREE)의 영어 단어 첫 글자 LDF에서 D를 아래로 내리면 한글 ‘냠’으로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냠’ 캠페인을 펼쳤다.

반복되는 신조어 마케팅의 ‘명과 암’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같은 신조어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전문가는 신조어를 활용한 마케팅이 젊은 층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며 앞으로도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젊은 층들이 SNS를 통해 소통하고 각종 신조어가 만들어져서 유포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라며 “재미를 추구하는 시대 정신하고 맞물려서 앞으로 더 많은 신조어가 탄생되고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광고나 슬로건에 은어 같은 신조어를 사용하면 ‘갓생’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더 와닿고, 젊은 층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용어들은 젊은 세대가 속한 집단의 교감을 형성해주게 되고, 그 결과 젊은 세대들이 마케팅에 더 열광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전문가는 시대에 따른 언어의 변화를 인정하되, 젊은 층들의 소통에 초점을 맞춘 신조어 사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신조어가 많아 보이진 않는다. 과거에 썼던 신조어도 세월이 흐르면서 사용이 중단되기도 한다”면서 “신조어가 어느 정도 세력을 갖게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쓰인다면 그 자체로서 의미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규 중앙대 국문과 교수도 열린 마음으로 트렌드에 맞는 언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신 교수는 “시대 흐름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신조어도 유행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면서 “언어 파괴로 규정 짓기보다는 신조어 가운데 번뜩이는 문구들도 많다. 우리말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좋은 현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젊은 세대에서 통용되는 신조어가 세대 간 대화 단절을 야기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5살 아들을 둔 이 모씨(41·여)는 “해마다 새로운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단어만 들어서는 도통 무슨 뜻인지 모르는 신조어가 수두룩하다”며 “처음에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일정 시기 유행이 지나면 또 안쓰게 되긴 하더라.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