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후폭풍...가상화폐 신뢰 흔들…투자자 불안감↑

기사승인 2022-11-26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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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후폭풍...가상화폐 신뢰 흔들…투자자 불안감↑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여파가 국내 거래소까지 미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여파는 가상화폐 전반에 대한 불신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 수익(거래대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5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고팍스의 ‘고파이’ 상품 128·131·133·135차 지급이 지연된다. 제네시스캐피털의 상환이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고파이 자유형 상품 출금 지연에 이어 고정형 상품까지 지급 연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고팍스의 고파이는 보유 중인 가상화폐를 모집 중인 상품에 예치한 뒤 예치 기간의 이자수익을 가상화폐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가상화폐 가격 변동에 따른 시세차익과 이자수익을 동시에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다.

예치는 고객이 맡긴 가상화폐를 운용업체에 맡긴 뒤 대차 혹은 차익 거래를 통해 이자를 충당한다. 고객의 가상화폐가 운용업체에 넘어가기 때문에 운용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돌려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

고파이는 가상화폐를 미국 운용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에 맡겼는데, 이 회사가 신규 대출·환매를 중단하면서 고파이 고객 자산도 묶였다. 제네시스캐피탈은 지난주 FTX가 유동성 부족으로 출금을 중단하면서 1억 7500만 달러(약 2360억 원) 규모의 자금이 동결됐다.

고팍스가 지급을 중단한 상품 2건의 원리금은 총 36억원을 웃돈다. BTC 고정 31일 상품의 원리금은 24억여원, 25일 상환 예정인 USDC 고정 60일 상품은 12억원이다.

고팍스는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 대신 다른 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상환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고팍스는 “글로벌 최대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와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협력 방안의 목적으로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면서 “고파이 서비스를 6주 안에 정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고팍스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비트·빗썸 등 ‘FTX와 거래 없어’

현재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중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고팍스가 유일하다. 다른 거래소들은 스테이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테이킹은 고객 예치금을 운용사 등 제3자에 위탁하지 않고 거래소에 보관한다. 

업비트와 빗썸, 코빗 등 스테이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들은 고객이 맡긴 자산을 자체 지갑 등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고객 예치금이 실명 계정 발급 은행에 의해 엄격히 구분·관리되며 고객의 가상화폐에 대한 주기적 실사와 외부 공표가 되고 있다.

FTX와 같은 지급불능 사태가 국내 거래소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음에도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제네시스의 신규 대출·환매 중단 결정이 고파이에 영향을 끼쳤던 것처럼 그 불똥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는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코인을 옮겨놨는데 글로벌 2위 거래소가 망할 줄 몰랐다” “파산했다고 뜨니 이제 희망이 안 보인다”는 등의 피해 호소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인기 트위치 스트리머 랄로도 지난 12일 개인 방송에서 “설마 뱅크런이 나겠냐는 생각에 10만달러 예치금을 그냥 뒀다가 날렸다”고 토로했다.

신뢰 져버린 가상화폐…실적 악화 전망

FTX여파가 코인 시장 붕괴를 초래한 테라·루나 사태의 재현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FTX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가 많았던 거래소라서 이번 사태로 인해 크립토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전반적인 크립토 시장의 활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거래량이 줄면 국내 거래소들도 수익이 급감한다. 5곳의 국내 거래소 모두 전체 매출에서 가상자산 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99%를 차지한다.

크립토 지상 약세와 루나·테라 사태로 인해 올해 국내 거래소들의 실적은 눈에 띄게 줄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올해 가상자산 평가손실은 1분기 153억원에서 2분기 3725억원으로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빗썸도 2분기 순손실 43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정경필 쟁글 리서치 팀장은 “지난해 11월 고점을 찍은 이후 투자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긴축으로 인해 다시 자금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가상화폐 관련 업체들은 수익보다 생존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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