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무호남 시무국가 [쿠키칼럼]

기사승인 2023-08-10 09:00:47
- + 인쇄
김정식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에서 경영학 학사, 상담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고 사회복지·심리상담 사업을 했다. 2017년부터 강연과 유튜브 출연 등으로 보수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청년단체인 신전대협, 터닝포인트활동 중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모욕죄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경선 당시 홍준표 캠프 청년특보로 활동했으며,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상식코르셋'이 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 [쿠키칼럼]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대변인.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는 뜻이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편지에서 비롯된 말로, 이 말 앞에는 ‘절상호남국가지보장(竊想湖南國家之保障)’이 있다. 이순신 장군의 생각에 호남은 국가의 보루(울타리)였다는 것이다. 중화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던 조선인들에게, 고매한 천자(天子)의 나라가 있는 북방보다는 열등한 왜구(倭寇)가 자주 출몰하던 남부지역에 대한 국경 인식이 더 뚜렷했을 것이다. 당시부터 현재까지 한반도 내 농업 생산량이 높은 지역이기에, 여전히 정치인들은 호남의 구애를 위해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차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국경의 중요성을 인식한 이순신 장군의 관점에 따르자면, 현재는 ‘약무경기 시무국가’가 오히려 맞을 수도 있겠다. 북한의 존재에 더해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한·미·일–북·중·러의 대립을 따져보자면 말이다. 하지만 이번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를 보며,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다시 떠올린다.

무려 30년 전인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진 잼버리 행사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2023년 대한민국에서 처참한 결과를 낳은 이유는 무엇인가? 재정 자립도가 고작 20%대 수준임에도, ‘지방자치’와 온갖 명목으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 지역의 이권 카르텔 때문은 아닐까. 행사를 위해 들어간 직접 추진 예산만 1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부지조성과 도로 건설, 억지로 끼워 넣은 새만금 신공항 건설까지 포함하면 2조 6000억 원에 달한단다. 전라북도가 잼버리 유치전에 뛰어든 2016년부터 지금까지 그 돈은 누구에게 어떻게 흘러 들어갔을까.

문제는 이러한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전남 영암에서 열린 역시 상식 이하의 준비와 운영으로 뭇매를 맞았다. 세계적으로 큰 위상을 가진 포뮬러 1의 국내 첫 모터스포츠 경기였기에 기대가 컸고, 그만큼 정부의 지원도 많았음에도 경기 2주 전까지 아스팔트조차 제대로 깔지 못했다. 잔디 심을 돈이 없어 초록색 페인트를 뿌렸다. 결국 2017년까지 계약되었던 경기는 2013년 이후 다시 열리지 않았다. 2019년 국무총리 서명을 위조해 유치했다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개최국인 우리나라 선수들이 194개 참가국 중 유일하게 선수단복조차 마련하지 못해 펜으로 ‘KOR’을 쓴 채 경기에 임했고, 장비 문제도 속출하며 외신으로부터 지탄받았다.

‘민주’를 내세우는 정치집단은 호남에 견제 세력이 없는 굳건한 이권 카르텔을 형성했다. 그 피해는 오롯이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떠안고 있다. 다음으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분들이 바로 호남의 평범한 국민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국민의힘과 같은 대중정당이 호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1당독재와 같은 형태가 유지되는 호남 지역이 최소 양당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호남이 특정 집단에 의해 이 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대한민국을 멸망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1세기판 ‘약무호남 시무국가’론이다.

wjdtlr87@gmail.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