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잊은 그대에게 [요즘 시선]

기사승인 2023-09-24 0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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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잊은 그대에게 [요즘 시선]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광화문 책마당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예솔

바람이 제법 서늘했던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육조마당. 한산하던 광장이 책 읽는 사람으로 가득 찼다. 빈자리를 찾기 위해 텐트와 빈백 사이를 기웃거리는 사람들로 광장은 더욱 붐볐다.

책을 잊은 그대에게 [요즘 시선]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누워서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예솔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책 읽는 서울광장’과 ‘광화문 책마당’에 약 50만명이 방문했다. 한국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영상 콘텐츠가 강세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책을 읽고 있다. 지하철, 공원, 거리 등에서 스마트폰 대신 책을 쥐고 있다.

책을 잊은 그대에게 [요즘 시선]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아이와 어머니가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예솔

친구와 놀러 나왔다 우연히 ‘광화문 책마당’에 왔다는 이지희(27)씨는 “집이나 도서관을 벗어나 야외에서 책을 읽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이씨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광화문 앞에 편하게 누워서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한 독서를 넘어 하나의 체험 같다”며 “조만간 좋아하는 책을 들고 다시 와야겠다”고 말했다.

책을 잊은 그대에게 [요즘 시선]
지난 22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미술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예솔

공공도서관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한 여행 콘텐츠 플랫폼에서 서울 종로구 ‘청운문학도서관’은 2021년 2분기 사랑받은 장소 중 하나로 뽑혔다. SNS에 올라온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미술도서관’ 방문 인증 사진은 5000개가 넘는다. 공공도서관이 찾아가고 싶은 장소로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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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미술도서관에서 형리안씨가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예솔

친구의 추천으로 의정부미술도서관에 오게 되었다는 형리안(17)씨는 “평소 공공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며 “과학이나 철학, 예술 등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분야의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에 빠져든다. 책을 한 권, 한 권 꺼내 펼칠 때마다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기분이 들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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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한 서점에서 박지숙·유정숙씨가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예솔

서점 주인의 취향에 따라 책을 들여오는 독립 서점도 인기가 많다. 경기 고양시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김미화씨는 “가을에 들어서면서 서점을 찾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며 “독립서점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동네 책방은 동네 사랑방 같은 존재”라고 말한 김씨는 “서점은 책을 통해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아는 분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했다.

매일 동네 서점에 간다는 유정숙씨는 “동네 책방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이라며 “그림,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문화를 책으로 접하고, 그것을 매개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박지숙씨 역시 “동네 책방은 ‘적절한 다정함’이 큰 매력”이라며 “서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책을 잊은 그대에게 [요즘 시선]
지난 1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열차에서 함지연씨가 책을 읽고 있다. 사진=김예솔

평범한 일상에서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인 함지연(26)씨는 매일 출퇴근 시간을 쪼개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 함씨는 대중교통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아까워서 책을 읽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출근 시간 고요한 지하철이 제일 집중이 잘 된다”며 “출퇴근 시간 동안 틈틈이 책을 읽는데, 하루하루 쌓이니 그 양이 꽤 많다”고 했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을 매일 한두 명은 본다는 함씨는 “책 읽는 동지를 발견할 때마다 괜히 내적 친밀감이 든다”며 웃었다.

기고=김예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사진을 찍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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