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판된 모아타운” 비판에 칼 빼든 서울시…방지대책 마련

기사승인 2024-03-21 14: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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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판된 모아타운” 비판에 칼 빼든 서울시…방지대책 마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1일 서울 중랑구의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지를 방문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모아타운 일부 추진지역이 투기 세력의 타깃이 되는 사례가 발생하자 서울시가 대책마련에 나섰다. 투기가 의심되는 경우 구청장이나 주민 요청에 의해 건축허가를 제한한다. 또 모아타운 추진 시 토지 등 소유자 25% 이상 반대하거나 이전 공모에 지원했다가 선정되지 않았던 사유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으면 공모 지원을 할 수 없게 되나.

서울시는 모아주택·모아타운 투기 세력 유입을 강력하게 차단하고 사업을 희망하는 지역주민의 실행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모아주택·모아타운 갈등 방지대책’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대책은 이날부터 즉시 적용된다.

이번 대책은 지난 7일 발표한 ‘강남3구 연합 모아타운 반대 집회 관련 입장문’에 대한 후속 조치다. 최근 모아주택·모아타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사업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지분쪼개기·갭투자 등 투기 우려가 불거졌다. 앞서 지난 13일 모아타운 예상지, 선정지에서 일부 주민은 모아타운 신청 문턱이 낮아 갭투기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한 주민은 “서울시와 구청이 합법적으로 투기판을 깔아준 것”이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렇듯 사업추진을 둘러싼 주민 갈등과 오해가 이어지고 있어 건전한 사업추진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모아주택·모아타운 갈등 방지대책에는 △자치구 공모 제외요건 마련 △권리산정기준일 지정일 변경 △지분쪼개기 방지를 위한 건축허가 및 착공 제한 △투기수요 차단을 위한 주택공급 질서 교란 신고제 도입 및 현장점검반 운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먼저 구청장 판단 하에 자치구 공모에서 제외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을 마련했다. △토지 등 소유자 25% 이상 또는 토지면적의 3분의 1 이상 반대하는 경우 △부동산 이상거래 등 투기세력 유입이 의심되는 경우 △이전 공모에 제외된 사업지 중 미선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 판단될 경우에 제외할 수 있다.

또한 조합원이 주택 등 건축물을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정하는 기준 날짜인 권리산정기준일을 당초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결과 발표 후 고시할 수 있는 날’에서 앞으로는 ‘모아타운 공모 (시․구)접수일’로 앞당겨 지분쪼개기 등 투기 세력 유입을 조기 차단한다.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 전․후 분양권을 노리고 지분을 쪼개는 ‘꼼수’ 건축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투기 징후가 보이거나 의심되는 지역에서 구청장 또는 주민(50% 이상 동의 시)이 요청할 경우, 시가 건축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건축허가 또는 착공을 제한할 방침이다.

아울러 등록되지 않은 정비업체․부동산 중개업소가 난립하지 못하도록 '위법활동 신고제'를 도입, 신고를 상시 접수한다. 또 시 공무원으로 구성된 현장점검반을 꾸려 모아타운 주요 갈등 지역을 직접 점검, 투기 등 위반행위를 적발하여 고발 등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모아타운은 관리계획 수립 후 사업가능구역별 조합설립인가가 돼야만 사업시행구역으로 확정된다. 정비구역 지정과 동시에 사업시행구역으로 확정되는 ‘재개발’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아타운만을 빌미로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사기거나 손실 우려가 크다”며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갈등방지 대책은 안내일인 이달 21일부터 즉시 적용된다. 다만 ‘권리산정기준일’은 기 고시된 대상지를 제외하고 향후 모아타운 대상지 선정위원회 신규 심의 안건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지난달, 모아주택 1호가 착공에 들어가는 등 모아주택·모아타운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큰 관심을 받는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는 투기 의심 사례로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며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모아타운 본연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투기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주민 갈등도 적극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