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 활용도 높이는 ‘거대 AI’…안착 꾀하려면

기사승인 2024-05-10 11: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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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서비스 활용도 높이는 ‘거대 AI’…안착 꾀하려면
9일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4에서는 의료계, 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거대 언어 모델(LLM)의 의료분야 적용과 한계’를 주제로 LLM이 의료 분야에서 제대로 활용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진=박선혜 기자


초거대 인공지능(AI)이 의료 분야에서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의사의 진단을 지원하며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단 실질적 정착을 위해선 규제를 손보고 의료 환경을 정비하는 등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진다.

9일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4에 의료계, 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거대 언어 모델(LLM)의 의료 분야 적용과 한계’를 주제로, LLM이 의료 분야에서 원활하게 활용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LLM은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된 AI 모델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를 예로 들 수 있다. LLM은 환자와의 대화를 기록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동시에 의료진이 요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주요 정보를 추려 정리하고 공유한다. 의사가 환자의 검사·진료 기록 등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아도, 필요한 검사 기록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종합해 주기도 한다. 

LLM은 국내 대형병원의 짧은 진료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제와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 환자는 진료 전에 미리 AI와 소통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그간 의료진이 환자 정보를 파악하고 의료 기록을 작성하는 데 적지 않은 진료 시간을 할애했다면, LLM을 활용하는 순간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다만 LLM은 아직 진입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전문가들은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이를 연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높은 규제 장벽과 병원 시스템의 한계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윤시중 프리딕티브 대표는 “미국은 ‘하지 말아야 할’ 사항을 규제로 둔다면 한국은 ‘할 수 있는’ 것만을 제시한다.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규제 장벽이 높아 LLM 같은 새로운 산업이 시장에 진입하거나 성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LLM 신뢰도·정확도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LLM으로 분석한 정보가 전문가인 의사한테만 보여지고 진료 후 즉각 삭제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안전성과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손명희 삼성서울병원 데이터혁신센터 부센터장도 “LLM 기술이 병원에 안착하려면 국내 의료 시스템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실효성 있는 LLM을 만들려면 규제를 강화할 게 아니라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대란으로 인해 국내 대학병원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LLM 도입은 병원 프로세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며 “LLM 기술을 키우는 데 적절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신수용 카카오헬스케어 선행기술연구소장은 “규제도 중요하지만 병원들이 LLM을 받아들 수 있는 환경인지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며 “현재 빅5 병원을 제외한 병원들의 전산 체계는 LLM을 도입할 만한 여유가 없고 비용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짚었다. 신 연구소장은 “LLM보다 작은 규모의 AI 모델을 도입해 의사가 아닌 환자에게 의료 편의성을 제공하는 선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적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차동철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 센터장은 “실제 진료가 2분간 이뤄진다고 했을 때, 현재 개발된 LLM 분석 속도는 ‘효율적’이라고 평가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다”며 “규제 문제를 풀기 이전에 의사가 정말 쓸 만한 기술적 바탕을 만들어 놓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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