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은 정말 지났을까 [데스크칼럼]

기사승인 2024-04-09 06: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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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은 정말 지났을까 [데스크칼럼]
정순영 산업부장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다음 달이면 만 2년이 된다. 코로나로 경제가 고꾸라진 시기, 신승(辛勝)한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촘촘한 산업 혁신으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때이기도 했다. 내일 선거가 지나면 큰 변화의 바람에 맞닥트릴 윤 정부 산업정책의 성적표는 어떤가.

지표는 물론이거니와 업계의 평가도 암울하다.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한국경제연구원도 올해 2.0% 성장을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경제 대국인 미국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는 국정 목표가 잘 지켜졌는가를 따져볼 시점이다. 정부 계획대로 “기업의 혁신 역량이 마음껏 발휘되는 대한민국 성장엔진을 복원”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기업 관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대기업 총동원령이 잦았던 2년으로 기억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부터 ‘2030부산엑스포’까지, 기업의 성장엔진 모색을 위해 한창 글로벌 무대를 뛰어야 할 기업들의 역량이 정부 정책 지원에 소비됐다.

미팅 중이던 홍보실 관계자가 대한상의의 전화를 받자마자 숟가락을 놓고 잼버리 인원들을 수용할 숙소를 찾으러 뛰쳐나가거나, 실적은 곤두박질쳤는데 총수는 세계엑스포 유치행 전용기에, 홍보실 관계자는 현수막·버스 제작에 동원돼 있던 ‘웃픈’ 현장도 목격했다.

새 정부가 단절된 중국과의 경제 외교를 재개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유통 기업들의 바람도 물거품이었다. 중국 특수가 사라진 지 오래인 쇼핑·관광업계는 현 정부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왔다. 하지만 낭보는 없었고 “그래도 좀 기다려보면 좋은 날이 있지 않겠느냐”는 위로에 한 관계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게다가 대선 경제공약 중 하나였던 ‘순환경제’는 아직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취재에 나섰던 폐타이어 재활용 문제만 하더라도 대한타이어산업협회의 고질적 구조 병폐는 전 정부에 비해 한치도 나아지지 않았고, 남는 폐타이어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에 대해 환경공단과 서울시 모두 업무 파악이 제대로 돼있지 않았다. 체계가 있긴 하느냐는 질문에 환경부 역시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변을 내놨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개혁은 혼자 할 수 없고 오랜 시간 민관정이 머리를 맞대야 가까스로 가능한 일인데, 2라운드에 서게 될 정부에 협치를 통한 성과 도출의 기회가 다시 올까. 3대 개혁의 강한 추진력과 서민경제의 과감한 해결 노력에서 보여준 가능성에 다시 기대볼 뿐이다. 정부 사업에 기업을 동원할 게 아니라, 기업 주도의 사업을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목표를 위해 할 일이 널려있다.

3대 세계 행사 중 하나인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박 정부 시기, 대기업들의 사옥에는 평창을 응원하는 대형 현수막들이 위용을 다투 듯 펄럭였다. 결과는 어땠나. 지난해 부산을 응원하는 거대한 사옥 현수막들을 보면서 들었던 불안한 기시감이 현실화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순영 산업부장 binia96@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