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방위사업청이 지난 연말 터키 국방부 차관에게 차세대 전차 '흑표'의 터키 수출과 관련한 계약 일부 변경을 요청한 공식서한을 보낸 사실이 8일 확인됐다. 그러나 터키는 6개월이 넘도록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이 민주당 안규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9일 방사청은 양치규 청장 명의로 터키 국방부의 바야르 차관에게 공식서한을 보냈다. 양 청장은 서한을 통해 차세대 흑표 전차의 핵심기술에 속하는 'Power Pack(전차 엔진 및 변속기), ISU(전차 괘도제어장치), Auto Loader 등과 같은 주요 하부체계의 기술이전은 별도로 한국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서한 내용은 지난해 7월 흑표 사업에 참여한 현대로템이 터키의 방산업체들과 맺은 계약과 상충한다. 현대로템은 계약서에서 2015년까지 전차개발 기술을 터키에 지원하고, '터키 방사청이 요청하면 Power Pack, ISU와 같은 주요 기술이전을 실행한다'고 명시했다. 기술이전에 한국 정부 승인과 같은 별도의 조건은 붙이지 않았다. 하지만 방사청은 당시 이 같은 내용은 담은 계약을 별다른 지적 없이 승인했다.
현대로템이 터키에 제공키로 한 핵심기술은 국익상 공개가 엄격히 제한되는 A급 기술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몇몇 국방위 의원은 계약상의 문제로 터키를 통해 제 3국으로 차세대 전차 핵심기술이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터키가 제3국이나 또는 제3자에 양도할 때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고도록 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국회 답변과 달리 뒤늦게 문제를 인지하고 터키에 서한을 보내 이를 수정하려 했던 것이다. 방사청 스스로 계약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공식 서한을 보낸 뒤 반년이 넘도록 터키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터키가 끝내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계약서대로 기술 이전을 시행할 수밖에 없어, 핵심 기술이 외국에 유출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터키가 우리의 기술을 이용해 전차를 생산한 뒤 제3국에 판매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이처럼 흑표 전차를 둘러싼 문제가 발생하자 국회 국방위는 지난 2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그러나 약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진상조사위 소속 의원들의 전체회의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진상조사 관련 공식 활동도 전혀 없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뭔데 그래◀ 알몸 뉴스 국내 상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