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치러진 프로암 대회에 참가한 신지애에게 미국인 갤러리들은 “지난주 일요일 TV로 우승 장면을 봤는데 축하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신지애를 바라보는 미국인들 눈빛에서 올해 LPGA 신인에 불과한 단구(短軀)의 동양 선수가 어쩌면 그렇게 침착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경외로움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다. 신지애는 눈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방긋방긋 웃으며 다음 샷 준비를 위해 씩씩하게 필드를 걸어나갔다.
신지애는 프로암 대회 뒤 기자들과 만나 “여기 와서 만난 많은 분들이 지난주 제 우승 사실을 알고 계셔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신지애는 이번 대회 우승 가능성을 묻자 “저는 드라이버 비거리가 짧은데 450야드가 넘는 홀들이 여러개(6·9·13·18번홀) 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어프로치와 퍼팅 감이 매우 좋고, 지금도 그 감각이 계속 유지되고 있어 자신있다”고 밝혔다.
평소 가급적 겸손한 태도를 보여온 신지애지만 시즌 최우수선수격인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다승왕, 신인왕이 한꺼번에 눈앞에 다가오면서 인터뷰하는 모습에서도 긍정과 확신의 기운이 넘쳐났다.
대회장 연습 그린 주변에서 ‘20명의 우승자, 1명의 챔피언(20 winners, 1 champion)’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올해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자 등 내로라하는 선수 20명이 삼성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하지만 챔피언 트로피는 단 1개 뿐이라는 뜻이다. 신지애는 몇 개 대회 ‘우승자(winner)’에서 LPGA를 쥐고 흔드는 명실상부한 ‘챔피언(champion)’으로 나아가기 위한 다리 앞에 서 있다. 샌디에이고=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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