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골 맛 본 이동국=한국은 7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제4회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1차전 홍콩전에서 4년여 만에 A매치 득점을 기록한 이동국(31·전북)과 김정우(28·광주) 구자철(21·제주) 이승렬(21·서울) 노병준(31·포항)의 연속골로 다섯 골차 대승을 거뒀다.
가장 큰 선물은 이동국의 활약이었다. 이동국은 한국이 2-0으로 앞서던 전반 33분 김정우의 패스를 이어받아 헤딩 쐐기골을 넣었다. 이동국이 A매치에서 득점한 것은 독일월드컵 이전인 2006년 2월 15일 멕시코와의 평가전 이후 거의 4년 만이다. 이동국은 지난달 남아공 전지훈련 기간 중 현지 프로팀 베이 유나이티드전에서 2골을 기록했으나 A매치 득점은 아니었다.
허 감독은 남아공월드컵 주전 공격수로 사실상 확정된 박주영(25·AS모나코)의 파트너로 누굴 세울지 고민해왔고, 성에 차지는 않지만 이동국에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줬다. 허 감독은 이날도 이동국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웠다. 이동국은 전반 27분 홍콩 오른쪽 골대를 맞히는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다. 후반 초반에는 구자철에게 거의 골이 될 뻔한 기막힌 전진 패스를 연결하기도 했다. 이동국은 후반 12분 완벽한 헤딩 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문제점도 노출했지만 전체적으로 달라지려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본인을 짓눌렀던 ‘A매치 무득점 스트라이커' 부담을 덜게 됐다.
이동국의 홍콩전 득점이 남아공 최종 엔트리 자리를 곧바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동국의 부활로 허 감독은 더욱 다양한 공격 옵션을 고민할 수 있게 됐다. 이동국은 더 강한 팀과의 경기에서 득점하는 모습을 보여야 허 감독의 최종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홍명보 키즈(구자철 이승렬 김보경)의 성장=홍콩전 두 번째 소득은 무럭무럭 커가는 허정무호 젊은 피들의 활약이었다.
지난해 20세 이하 청소년 월드컵 8강 주역이었던 구자철, 이승렬은 전반 23분과 36분 각각 한국의 두 번째, 네 번째 골을 넣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근호(25·이와타) 대신 공격수로 나선 이승렬은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기록했다.
김보경(21·오이타)은 구자철과 이동국의 골을 만들어냈다. 두 골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는데 김보경은 상대 문전으로 빠르게 휘는 왼발 프리킥으로 득점을 도왔다. 홍명보 키즈들이 유럽파들을 제치고 남아공 베스트 11에 기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주전들의 부상 등 돌발 상황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다.
홍콩을 상대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허정무호는 10일 중국, 14일 일본과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