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경제] 주요 대기업의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시즌이 돌아왔다. 이달 말부터 다음달까지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이 시작된다. 총성 없는 ‘구직 전쟁’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서류전형, 필기시험은 지원자의 학력과 스펙을 살펴보는 기본 검사과정이다. 면접은 구직자에게 현미경을 들이대고 장·단점을 꼼꼼히 검사해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핵심 검사과정이다.
국민일보는 국내 4대기업(삼성, 현대차, SK그룹, LG)의 인사 담당자들에게 ‘좋은 면접’과 ‘나쁜 면접’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물었다. 조사결과 각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면접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하면 좋은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각 기업의 요청으로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는다.
* 면접에서 결코 하지 말아야 할 행동 1순위는?
A사 관계자는 25일 “면접관으로 면접에 참여해 보면 100% 떨어질 것 같은 사람이 딱 눈에 띈다”며 “많은 구직자들이 모여 사전에 면접 질문 준비도 하고 연습도 하지만 의외로 부지불식간에 하는 행동이 당락을 좌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가 꼽은 문제행동 유형 중 첫 번째는 ‘주의가 산만한 사람’이다. 그는 “여러 사람이 함께 면접을 보고 있는데 본인 순서가 아니라고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하는 것은 가장 큰 감점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딴짓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 면접을 지켜보며 볼펜으로 딱딱 소리를 내는 사람, 면접에 집중하지 못한 채 딴 생각에 잠겨 있는 사람, 다리를 심하게 떨면서 정서적으로 불안해 보이는 사람 등이다. 면접관에게 나쁜 인상을 줘 면접을 시작도 하기 전에 점수를 깎아 먹는다.
토론에서 ‘치명적 감점요인’을 노출하는 면접자도 있다. A사 관계자는 “면접 과정에서 토론을 시키는 것은 그 주제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잘 전달하는지, 남이 하는 얘기를 잘 경청하는지 보기 위한 것”이라며 “토론을 하다 보면 꼭 상대방을 꺾기 위해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B사의 경우 몇 가지 유형을 ‘면접파괴자’로 규정했다. 우선 날짜나 면접시간, 면접장소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오는 지원자, 전날 과음을 해 술 냄새를 풍기면서 참석한 지원자,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답변을 하지 못하는 지원자 등이다. B사 관계자는 “이런 지원자가 나오면 효과적인 진행이 어려워지고 면접관도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C사는 면접자가 면접에 임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본다. C사 관계자는 “면접 과정에서 거짓말이나 과장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며 “자신의 솔직한 면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만 포장하려는 자세는 감점의 주 요인”이라고 말했다.
* 점수 따는 좋은 면접과 방법은?
각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면접을 잘하는 비결을 묻자 한목소리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자신의 장점을 매치(match·일치)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D사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스토리를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연결해 자신의 장점과 경쟁력을 잘 표현하는 경우’를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따는 유형이라고 밝혔다. D사 관계자는 “자신의 경험이나 능력을 나열하지 말고 질문의 요지에 맞춰 적절하게 답변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며 “경험은 구체적으로 답변하고, 단순한 사실보다 판단 결과에 자신의 가치관이 담길 수 있도록 답변하라”고 말했다.
C사는 면접의 주요 평가항목으로 독서와 다양한 세상 경험을 통해 드러나는 가치관, 배려, 책임의식 등을 꼽았다. C사 관계자는 “왜 기업이 스펙보다는 스토리를 본다고 하는지에 대한 구직자들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B사 인사 담당자는 좋은 면접자의 유형을 묻자 기억에 남는 한 면접자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는 “오후에 면접이 예정된 구직자가 있었는데 아침 일찍부터 면접장에 도착해 ‘회사 및 면접 관련 분위기를 익히고 싶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며 “면접관들은 회사에 대한 관심과 성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지도 모르는데…면접관도 괴롭다
면접관은 하루 동안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이 넘는 면접자를 만나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지치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력이 엇비슷한 면접자 중에서 탈락자를 골라야 하는 순간도 곤혹스럽기만 하다.
D사 관계자는 25일 면접관의 가장 힘든 일로 “점수를 주는 것”을 꼽았다. 그는 “요즘 구직자들은 워낙 기본 스펙을 잘 갖춘 데다 똑소리 나게 말도 잘해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며 “결국 합숙 때 진행되는 심층면접이 중요 잣대가 된다”고 밝혔다. D사의 경우 합숙 시 ‘특정 사업을 한다고 가정하고 경영 우선순위를 어떻게 둘 것이냐’와 같이 구체적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이때 구직자들의 대답을 통해 드러난 실무 역량이 당락을 가르는 주요한 가늠자가 된다. 특히 D사는 면접관 선발·교육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실제 면접을 하기 전 면접관을 두 그룹으로 나눠 모의면접을 실시한다. 모의면접 진행 과정을 전문 강사가 지켜보면서 면접 시 하지 말아야 하는 질문이나 동작 등을 현장에서 바로 교육한다. 가급적 개인 신상 질문은 피하도록 한다. 시계 보기, 연필 돌리기, 다리 떨기 등 면접자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하도록 주문한다.
면접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면접관도 사람이다 보니 실수를 하고, 선입견도 갖는다. A사 관계자는 “면접을 오래 하다보면 앞서 좋은 점수를 준 면접자에게 왜 그런 점수를 줬는지 까먹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면접을 잘 진행하고 있는 구직자에게 앞서 좋은 면접점수를 받은 구직자보다 나은 점수를 줘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늦게 면접을 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A사 관계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제한돼 있는데 면접을 하루 종일 하다보면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며 “그러다보니 뒤쪽에 면접을 보는 사람에게 어쩔 수 없이 야박하게 점수를 주기도 한다”고 했다.
B사 관계자는 “면접관에게 있어 면접은 하루 100여명의 지원자를 한꺼번에 상대해야 하는 몹시 고된 일”이라며 “천편일률적 답변, 알맹이 없는 화려한 수식어 나열 등은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