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피의자 유우성(34)씨가 2006년 5월 북한 보위부에 포섭돼 간첩 활동을 했다는 증거로 제시한 서류는 ①허릉시 관인이 찍힌 출·입경 기록 ②기록이 정상 발급됐다는 사실확인서 ③변호인 측 제출 자료가 거짓이라는 싼허 공안국 문서 등이다.
대검은 지난해 7월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유씨 출·입경 기록 확보를 요청했다. 영사관은 중국 지린성 공안청에 공문을 발송했고 한 달 뒤 “발급 전례가 없어 협조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때부터 국정원이 등장한다. 국정원은 애초 수사 과정에서 유씨가 북한에서 중국으로 2차례 입국했다는 내사 자료를 확보했다. 하지만 검찰은 출처나 직인이 없어 증거 가치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국정원은 지난해 9월 “허릉시 공안국에서 받았다”며 유씨 출·입경 기록을 검찰에 보냈다. 이 자료는 ‘북한→중국’ 입국 사실이 3차례 연속 기재돼 있는 유씨 측 출·입경 기록과 같은 내용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 기록에 발급기관이 명시돼 있지 않아 또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정원은 한 달 뒤 다시 “허룽시 공안국 관인이 찍힌 유씨 출입경 기록을 입수했다”며 검찰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북한→중국’ 입국 사실이 ‘중국→북한’ 출국으로 변경됐다. 2번 입북했다는 검찰 공소 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던 셈이다. 검찰은 증거 가치가 인정된다며 이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문서를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이 요구한 적은 없다”고 했다.
검찰은 유씨 측이 항변하자 외교부에 “국정원이 보낸 문건이 진짜인지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은 “허룽시 공안국으로부터 ‘①번 문서를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회신(②번 문서)을 받았다”며 이를 검찰에 보냈다. 국정원은 유씨 측 자료가 거짓이라는 내용의 ③번 문서를 검찰에 보냈다.
① ② ③번 문서의 발급과 입수, 검찰 인계 과정에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과 국정원이 공통적으로 등장한 셈이다. 검찰 설명대로라면 문서 위조는 검찰에 문서를 전달한 곳(발급기관이나 인계기관)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선양은 국정원 정보관이 상주하며 활동하는 곳이어서 3개 문서 입수 과정에 같은 인물이 개입했을 개연성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동일한 인물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 기록 발급처가 허룽시 공안국인 점도 의문이다. 검찰은 애초 상위 기관인 지린성 공안청을 접촉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하급 기관인 허룽시 공안국을 이용했다. 공식루트를 통한 문서수발이 막히자 국정원이 비선라인을 통해 문서를 입수하려다 문제가 발생했을 의혹도 제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