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쥔산(谷俊山·58) 전 중국인민해방군 총후근부 부부장(중장)이 엄청난 부패사건으로 조사를 받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군사법원에 정식 기소됐다. 그 만큼 신병 처리를 놓고 지도부 내에서 진통이 컸음을 보여준다.
신화통신은 이 소식을 지난 31일 오후 6시(현지시간) 짧게 보도했다. 1949년 신중국 출범이래 군부내 고위 장성 부패 사건을 공개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구쥔산 이전에 부패혐의로 처벌된 최고위 장성 왕서우예(王守業) 전 해군 부사령관의 경우 관영 언론이 기소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심화국방군대개혁영도소조’ 조장을 맡은 뒤 마침내 군부 개혁의 칼을 빼든 것으로 관측됐다. 다음 차례는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은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시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후 전 주석이 이제까지 대체로 시진핑 지도부의 부패척결을 지지하면서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죄하겠다는 시 주석의 결정도 수용했다고 지난 31일 전했다.
하지만 두 전 주석은 공산당 최고 상층부 일가나 정치세력들을 너무 많이 건드리면 통치 안정성에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자기 계파에도 해가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구쥔산 사건은 군 기밀이 관련돼 있어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횡령, 뇌물, 권력남용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구쥔산은 수조 원에 이르는 축재를 하면서 승진을 위해 쉬차이허우 등에게 거액을 바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쉬차이허우 딸에게 결혼선물로 직불카드 2000만 위안(약 36억원)짜리를 주기도 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