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 사태에도 기업 간 카드 ‘대금결제’ 늘었다

홈플 사태에도 기업 간 카드 ‘대금결제’ 늘었다

기사승인 2025-04-25 06:00:08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들어 기업의 구매전용카드 결제 규모가 26% 급증했다. 이는 기업이 신용카드로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대금 규모를 늘렸다는 해석을 불러온다. 다만, 신용카드를 통한 대금 지급은 홈플러스 사태처럼 기업이 부실화했을 때 리스크가 시장으로 확산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올해 1분기 법인 구매전용카드 실적은 일시불 11조492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조3951억원(26.3%)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신용카드 법인 회원 수는 329만곳에서 310만곳으로 약 19만7000곳(5.8%) 줄었다.

업계 전체로 신규 고객 유입보다는 기존 이용 기업의 결제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구매전용 카드를 발급받는 법인이 급증했다면 구매전용 카드 실적 증가를 예상할 수 있지만 법인 수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올해 1분기 구매전용카드 실적의 전년 대비 증가분 99%는 현대카드(1조7626억원)와 롯데카드(6091억원)에서 나왔다. 양사의 1분기 신규 법인 고객은 소수(2~4000곳) 유입에 그쳤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구매전용카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비중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법인카드 회원수가 소폭 증가하며 이용액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카드사 입장에서 구매전용카드는 가맹점 수수료가 적어 수익성이 낮지만 매출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자본금 여유가 있다면 대출로 수익을 보고 신용판매 금액을 늘려 매출까지 잡을 수 있다. 카드사는 자본금의 약 8배까지 부채를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카드업계의 구매전용카드 실적 확대가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주로 구매전용카드로 결제대금을 지불한다. 카드사가 기업의 외상 구매액을 대신 떠안는 셈이다. 기업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 이 채권은 부실화한다.

앞서 일부 카드사는 기업이 구매전용카드를 이용한 채권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했다. 그 일환이 ABSTB(자산유동화 단기채권전단채)다. 실제 홈플러스가 현대, 롯데, 신한카드로부터 발급받은 구매전용카드 매출채권을 증권사가 유동화한 전단채는 4618억원 규모다. 홈플러스는 전단채 전액을 변제하겠다고 밝혔으나 투자자들은 아직 해당 금액을 돌려받지 못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 회장 겸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실한 기업이 구매전용카드를 납품업체의 대금 결제 수단으로 쓰면 매출 채권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잠재적인 부실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매출 확대를) 좋게만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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