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 액션 담아낸 잔혹 동화…‘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해봤더니]

독창적 액션 담아낸 잔혹 동화…‘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해봤더니]

24일 스마일게이트 국내 퍼블리싱
리액티브 턴제 역할수행게임
독창적인 스토리와 액션

기사승인 2025-04-30 06:00:08
스마일게이트가 국내 공동 퍼블리싱을 맡은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대표 이미지. 스마일게이트 제공

우아한 처절함. 잔혹 동화 세상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스마일게이트가 국내 공동 퍼블리싱을 맡은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33원정대)’를 해본 소감이다. 33원정대는 프랑스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에서 개발한 리액티브 턴제 역할수행게임(RPG)다. 지난 24일 출시한 지 3일 만에 전 세계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하는 등 흥행세를 그리고 있다.

이유 있는 흥행이다. 스토리 흡입력이 뛰어나다. 33원정대는 매년 숫자를 카운트다운하며 거석에 적힌 숫자의 나이인 사람들을 연기로 지우는 ‘페인트리스’에 맞서는 원정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반의 탄탄한 이야기는 원정을 가는 이유를 설득시켜 전투 진행에 대한 이질감 없이 주인공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액션 게임을 하다 보면 ‘스토리 따로, 액션 따로’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이 둘이 별개 요소가 아니라 온전히 하나의 즐길 거리로 다가온다. 이야기 설정이 흥미롭고 미스터리해 스릴도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국내 공동 퍼블리싱을 맡은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인게임 화면 갈무리

‘벨 에포크’ 시대 배경과 음악은 ‘우아한 처절함’이라는 33원정대만의 분위기를 만든다. 벨 에포크란 ‘아름다운 시절’이란 의미다. 19세기 말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프랑스가 사회, 경제, 기술, 정치적 발전으로 번성했던 시대를 돌아보는 표현이다. 프랑스 특유의 건축 양식과 의상, 장미꽃잎이 흩날리는 듯 사라지는 사람들과 같은 그래픽은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든다. 찬란한 시절을 배경으로 했지만, 에펠탑이 부서져있거나 어딘가 일그러져있고, 기괴한 생명체가 나타난다. 이런 이질적인 모습이 역설적으로 더 집중하게 만든다.

그래픽 아트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배경은 물론, 몬스터 ‘네브론’ 등 독창적이면서도 기이한 모습도 눈길을 끈다. 캐릭터 표정 묘사가 섬세해 서사에 잔뜩 몰입할 수 있었다. 이동이나 점프 같은 모션은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집중을 헤칠 정도는 아니었다. 게임은 절망을 처절하면서도 우아하게 그려냈는데, 음악 역시 이런 분위기를 한층 더한다.

스마일게이트가 국내 공동 퍼블리싱을 맡은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 인게임 화면 갈무리

액션에도 공을 들여 게임이란 콘텐츠의 강점인 ‘능동성’을 살렸다. 턴제 전투로 몬스터와 번갈아 가며 공격을 하는데 그러다보니 오히려 화려한 액션이 눈에 잘 들어왔다. 물론 이런 즐거움도 교대로 공격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지루해질 수 있다. 여기에 회피와 쳐내기, 점프라는 반응형 기술로 변주를 만들어내 새로움을 더했다. 다만 기술을 사용하는 게 쉽게 익숙해지진 않았다. 박자 감각이 뛰어나지 않아 초반부터 수차례 죽었다.

방향치라 많이 헤매기도 했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수집할 수도 있는데 미니맵이나 가야할 방향 표시 등이 따로 나와있지 않다. 그래서 간 곳을 여러 차례 또 가거나, 가야할 곳을 가지 않아 놓치는 아이템들도 많았다. 전략이 중요한 게임을 즐겨 하는 편은 아니라 전투에서 전략을 세우거나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픽토와 패시브 스킬을 장착할 수 있는 루미나를 설계하는 부분은 다소 어렵게 여겨졌다.

그럼에도 ‘클레르류 게임’이라는 말이 생겨나는 걸 기대하게 만들었다. ‘~류’라는 수식어가 때로는 고정적인 틀을 만들거나 비판의 늬앙스를 담을 때도 있지만, 한 게임에 대한 찬사와 존경의 의미도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33원정대는 이야기가 단순히 게임 캐릭터의 외양이나 옷 차림새, 배경을 설정하기 위한 부차적인 요소가 아닌 게임에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걸 체감하게 했다. 기존 장르를 비틀어 33원정대만의 액션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덕에 액션과 성장이라는 재미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는 글로벌 시장의 유명한 작품 입점을 강화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보다 두텁게 만들 계획이다. 신생 개발사의 웰메이드 게임을 스토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꾸준히 발굴해주길 기대하게 만든 게임이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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