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 대선 정국에 정치테마주들의 급등세가 난립한 가운데 한화그룹이 빛나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대표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가증권시장 수익률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타 상장 계열사들도 상위권에 포진한 영향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지난해말 32만65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88만3000원으로 170.44% 급등했다. 이는 코스피 상장 종목 959개(신규상장 3종목 제외) 가운데 2위에 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국내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정치테마주 열풍 속에서도 유의미한 강세를 시현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1위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관련주인 평화홀딩스(201.39%)다. 수익률 4위·5위 종목 역시 한덕수 무소속 후보 관련주로 부각된 태영건설우(151.02%)와 일정실업(139.87%)으로 집계됐다. 이들 종목은 조기대선 가시화에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 다른 한화그룹 상장 계열사들도 높은 수익률을 내는 상황이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한화비전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114.99%, 100.22%, 99.75%, 99.37%에 달한다. 지주사인 한화마저 85.69%로 드러났다. 모두 코스피 수익률 상위 20위권 내에 포진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인 PLUS 한화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도 덩달아 높은 상승세를 보인다. 해당 ETF는 한화그룹 11개 계열사로 구성됐다. 시가총액 기준 구성비중을 살펴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27.22%)와 한화오션(23.23%)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화그룹주 ETF는 지난해 12월24일 상장 첫날 1만310원에 마감한 뒤 전날 2만1120원으로 104.84% 급등했다.
한화그룹주의 급등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수혜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달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여파로 국내 주요 산업군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 업종이 부진했으나, 방산과 조선 업종이 주력 계열사 사업인 한화그룹은 글로벌 군비 증강 기조 및 한-미 조선업 협력 논의 등 긍정적인 업황 전망에 투자심리가 오히려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증권가에서는 한화그룹주의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일례로 대표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에 대한 증권가 눈높이는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한 국내 14개 증권사 중 12개사가 목표주가를 높였다. 나머지 2개사는 직전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를 130만원으로 유지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기준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8.4% 증가한 5조4842억원,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 5608억원이다. 컨센서스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4.3%, 11.7% 상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인수가격배분(PPA) 상각비(기타 영업손실 615억원)를 추정치에 반영했으나, 오히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기존 대비 4.1% 증가했다. 연결 자회사인 한화오션·한화시스템의 올 영업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라며 “남은 분기 영업이익은 분기 대비 지속 성장할 것이다. 이에 따른 올 지상방산 영업이익은 1조94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서 상반기 국내 증시를 주도할 섹터는 정치테마주로 예상한 바 있다”라며 “이같은 상황 속에 한화그룹 계열 상장종목의 파격적인 상승세는 기업 본질의 가치 상승을 주목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치테마주는 무분별한 급등락을 쉽게 나타내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