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리스크’ 더본코리아 주가 반토막…웃은건 누구였나 [상장後①]

‘백종원 리스크’ 더본코리아 주가 반토막…웃은건 누구였나 [상장後①]

기사승인 2025-05-19 06:19:03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쿠키뉴스 자료사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공모가 책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상장 직후 주가나 실적이 급락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투자자 신뢰는 점점 흔들리고 있다. 그에 반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주관사의 존재는 공모주 구조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최근 논란이 된 더본코리아는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모주가 적정 가치보다 높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고평가 논란’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더본코리아의 화제성만큼은 성공적이었다. 백 대표가 출연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인기몰이하면서 지난해 11월6일 코스피 상장 첫날 더본코리아는 6만4500원까지 오르며 고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16일 마감 주가는 2만7100원으로, 공모가인 3만4000원 아래서 머무르고 있다. 공모가 대비 20.3%, 고점 대비 58.0% 하락한 수준이다. 

더본코리아는 빽다방,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등으로 대중에 친숙한 브랜드와 국민 사업가로 불리는 백 대표의 영향력으로 상장 전부터 시장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코스피에 화려하게 입성했지만 올해 초 빽햄 논란을 시작으로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순간에 이미지와 기업가치까지 흔들렸다. 상승 기대에 상장 초반 고점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 상당수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기업의 리스크나 성장·수익성에 대해 주관사가 제대로 평가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상장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모 금액의 4.8% 수준인 총 49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다. 주관사가 수수료 수익에 매몰돼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보다 상장에 몰두했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비판은 주관사가 상장 과정에서 업종 적합성을 제대로 체크했는가, 공모가 희망 밴드는 적합했는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 연구원은 “상장 전부터 프랜차이즈 업종의 구조적 한계와 기존 프랜차이즈 상장사들의 잇따른 상장폐지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종원이라는 개인 브랜드 가치에 지나치게 의존한 고평가 상장이 이뤄졌다”며 “오너 리스크가 크고 저가 커피 가맹점이 성숙기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성장성과 수익성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주관사는 오너리스크, 프랜차이즈 업종의 성장 한계, 그리고 과거 다수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상장폐지 사례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과감히 공모가를 희망 상단 밴드 이상으로 결정했다”며 “이에 대한 대가로 과도한 수수료를 취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장 이후 주가 부진으로 투자자 피해만 가중된 상황에서, 이번 상장 과정에서 지급된 ‘수수료 프리미엄’은 과연 정당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종원 대표가 주는 상징성과 무게감이 큰 만큼 IPO가 적절했느냐는 문제로 불똥이 튄 것”이라며 “오너의 후광으로 기업이 성장을 하고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다만 최근 기술특례 상장 같은 경우도 공모가를 계속 밑도는 상황”이라며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도 공모주로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식음료(F&B) 기업은 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본코리아 빽다방. 쿠키뉴스 자료사진 

상장 후 반짝 주가 상승…공모주 고평가 비판 계속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가 비단 더본코리아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거래소 문턱을 넘어선 많은 기업들의 주가는 반짝 상승한 후 하락이라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최근에는 ‘따상(공모가 2배)’ 기대마저 사라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에 응했다가 상장 첫 날부터 주가 폭락을 뒤집어 쓰는 경우도 많다. 금융감독원의 ‘2024년 IPO 시장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77개 종목 중 56종목(72.7%)의 연말 주가는 공모가보다 낮았다. 이들의 손실률은 17.9%로 최근 5년(2020~2024년) 중 가장 부진했다. 상장 당일 공모가 아래서 마감한 종목도 24개(31.1%)에 달했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있었던 LG CNS는 지난 2월6일 상장 첫날 공모가인 6만1900원을 밑도는 5만5800원에 거래를 시작, 호된 신고식을 치웠다. 이후에도 공모가 회복에 실패하고 부진한 주가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이어졌던 롯데글로벌로지스, DN솔루션즈는 최근 상장 추진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모주 고평가는 IPO 시장 위축과 투자자 손실을 부른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 윤태준 연구소장은 “개인투자자들은 정보가 제한적이다.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가 실사를 잘 해서 측정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청약에) 들어간다”며 “실제로 IPO 공모가가 산정하는 과정에서 공모를 하려고 하는 회사가 증권사의 고객이다보니 그들의 입김이 안 들어갈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규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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