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이 서울에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지역금융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와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상호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은 40조4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동월 대비 약 2조원 증가했다. 서울에서만 2조50억원 늘었다. 다음으로 대출이 많이 증가한 부산(2521억원), 충북(2107억원)은 증가 폭이 서울의 1/10 수준에 그쳤다. 경기(-280억원)와 인천(-1982억원)에서는 가계대출이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저축은행의 여신은 수도권에 몰렸다. 지난해 기준 저축은행 대출 중 수도권에 사는 차주가 빌린 금액은 65.7%를 차지했다. 같은해 수도권의 인구 비중은 50.9%, 지역 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액인 GRDP 비중은 52.3%였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이같은 통계에 근거해 수도권 쏠림이 지나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준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신 쏠림의 원인이 규제에 있다고 봤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지방경제 축소로 영업구역 내 신용공여가 줄어들면 비수도권 저축은행 영업기반이 축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4월에도 “영업구역에 따른 영업상 유불리가 양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영업구역에서 일정 비율 이상 신용공여를 유지해야 하는 규제 탓에 지역 저축은행 경쟁력이 약화한다는 지적이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수도권 저축은행은 총신용공여액의 50%,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40% 이상을 영업구역 내에서 공급하도록 규제한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지역 대출이 줄어들면 서울 대출도 줄여야 한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수익성을 보강하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기업대출을 늘려 왔으나,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이마저 어려워졌다. 올해 3월 상호저축은행 기업대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약 7조원 줄었다. 서울에서 약 4조원 하락했고, 경기(-1조7483억원), 부산(-4042억원), 대전(-3550억원) 등에서도 축소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영업구역 내 의무여신비율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역 내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인센티브 강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역 저축은행에 활기를 불어넣고 필요한 경우 인수합병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더해 중소형사 규제를 대폭 완화하지 않으면 지역 저축은행이 살아남을 길이 요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규제를 차등화해 달라는 요구는 오랫동안 업권에서 제안해 왔으나 추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