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공존한 이재명표 ‘상법 개정안’…“균형 있는 제도화 설계 필요”

'명암' 공존한 이재명표 ‘상법 개정안’…“균형 있는 제도화 설계 필요”

상법 개정안, ‘주주 권익 보호 수준 강화’ 핵심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자본시장 신뢰 제고 기여 
“기업 경영진 의사결정 위축 우려 있어”…‘소송 부담’↑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정교한 설계와 현장 목소리 반영해야”

기사승인 2025-05-24 06:00: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증시 활성화 공약인 상법 개정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화에 기여하면서도 기업 경영 안정과 성장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해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교한 법과 정책 설계를 통한 균형 있는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10대 공약 가운데 정책순위 3번째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일반주주 권익 보호에 목적을 뒀다.

이 후보는 지난 4월21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은 평균적 수준에서 다른 나라들도 다 하고 있는 정상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국민들도 동의하고, 경제 현실에서도 필요하다. 대주주들의 지배권 남용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상법 개정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명시적 확대했다. 주주 권익 보호 수준 강화가 핵심인 셈이다. 기존에는 이사의 의무 위반으로 인해 사측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만 소송 제기가 가능했으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면 주주 개인의 권리 침해에 대해서도 법적 구제 수단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이사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특히 기존과 달리 재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화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 대상 신주 우선 배정 △상장사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도 추가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업경영과 시장 질서가 확립되면, 우리 주식시장은 획기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상법 개정안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신뢰 제고에 기여한다는 장점을 지녔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와 소액주주 권익 보호,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을 주된 목표로 한다”면서 “이러한 제도는 ESG 경영 및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의 신용도 향상과 외국인 투자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려 요인도 존재한다.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실증적 문제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의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조항은 민사상 책임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는 형법상 배임죄의 ‘임무위배’ 해석에 일정한 영향 미칠 가능성을 내포한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기업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에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2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장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양향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 후보의 상법 개정안은 기업붕괴법이다”라며 “이사 충실의무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내용은 모든 기업을 글로벌 투기 자본의 사냥감으로 내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경영 측면에서 이사의 책임 리스크를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로 인해 경영진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면서 “특히 선제적 R&D 투자나 전략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의 경우,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소송 부담이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거나 리스크 회피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또 제도 설계 및 운용 과정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주주들의 소송 남용 가능성, 정부의 입법 후폭풍에 대한 대응 부담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자본시장 선진화와 기업 경영 안전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한 정교한 법 제정 및 정책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안이 제도 설계를 통해 보완해야 기업이 우려하는 요인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상장기업 규모별 차등 적용 △소송 남발 방지 장치 마련 △단기 규제보다 장기적 유도 △경영권 방어 수단과 병행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은 한국 자본시장에 신뢰 기반을 복원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기회다”면서도 “다만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정교한 설계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유연한 적용이 병행돼야 자본시장 선진화와 기업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은 자본력과 내부 통제 능력이 달라 법 적용 강도나 방식에 차등을 두는 유연성을 동반해야 한다”라며 “또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포이즌 필, 황금주 제도 등도 함께 논의돼야 균형 잡힌 입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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