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그냥 재미로 왔는데, 직접 체험해보니까 ‘이 일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3일 오전, 서울 금천구청 광장 일대는 평소보다 한층 분주한 모습이었다. 교복을 입은 중학생들 사이로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도 손에 행사 안내지를 들고 바쁘게 움직였다.
진로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청소년들의 활기로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의 열띤 참여 속에 ‘2025 금천진로진학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금천구가 주최한 이번 박람회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직업 세계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진학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전달하고자 마련됐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이번 박람회는 초등학생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자유학기제 등 교육과정과 연계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날 행사는 △진로체험존 △미래체험존 △상담 및 멘토링존 △특성화고 부스 △이색체험존 등 총 5개 구역으로 운영됐다. 가장 인기를 끈 곳은 단연 진로체험존이었다. G밸리 기업을 비롯한 대학, 공공기관, 예술인 등 다양한 협력 기관이 참여했다.

먼저 진로체험존에서는 바리스타(롯데GRS), 아나운서(쿠키미디어), 조향사(아로마뱅크) 등 20여개의 직업 체험이 진행됐다. 아나운서 체험 부스 앞에서 만난 시흥중 김서은(12) 양은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말을 해보니 신기했다”면서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체험 소감을 전했다.
특히 방송인 직업체험 부스에는 개그맨 오지헌 씨가 운영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진로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씨는 “요즘 학생들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막연하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평범한 사람도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예인을 꿈꾼다면 무대 경험뿐 아니라 다양한 삶의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다”며 “노력은 물론 필요하지만 다른 분야의 지식과 지혜가 많을수록 무대 위에서 더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래체험존에서는 화이트해커,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등 4차 산업 관련 체험이 진행돼,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VR 부스를 방문한 세일중 신선아(13) 양은 “담임 선생님 추천으로 박람회에 오게 됐다. 세계여행 VR을 체험했는데 정말 인상 깊었다”며 “태권도 선수가 꿈인데 테이핑이나 운동 관련 체험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나래초 5학년 이상화(12) 양은 “VR 체험은 처음 해보는데 정말 색다르고 재미있었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친구들과 더 자주 참여하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이어 “다음에는 더 다양한 체험들이 많이 있었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다른 부스에서 만난 시흥중 이하준(13) 군은 “부스 중 마술이랑 사격이 기억에 남는다"며 "이렇게 재미도 있으면서 진로 체험도 간접적으로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금천구 평생학습관에서는 1:1 진로진학 컨설팅존이 운영됐다. 사전에 직업흥미검사를 받은 학생들이 상담가와 함께 자신의 성향을 분석하고, 중·고등학교 및 대학 진학 방향에 대해 맞춤형 조언을 받았다. 특성화고 부스도 운영돼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정보도 제공했다.

이색체험존에서는 마술, 샌드아트, 페이스페인팅 등 문화예술 활동이 펼쳐졌다. 현장에서 공연을 선보인 ‘미리매 마술극단’ 마술사는 “마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청소년 교육과 공연 예술을 함께 진행하며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마술을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 세계를 직접 탐구하고 체험해보며,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경험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