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예정된 내란 혐의 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현 전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으로부터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26일 오전 10시15분,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5차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께 지상 출입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앞선 재판과 마찬가지로 붉은색 넥타이와 어두운 남색 정장을 착용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영화를 공개 관람한 바 있다. 당시에도 윤 전 대통령은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이날 재판을 앞두고도 묵묵부답인 모습을 유지했다. 법정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이 “대선 앞두고 국민께 하실 말씀 없느냐”, “검찰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영장 요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부정선거 영화는 왜 봤느냐”고 질문했지만, 그는 답하지 않은 채 곧장 법정 안으로 향했다.
이번 5차 공판에선 이상현 전 특전사령부 1공수여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전 준장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자정을 넘긴 시각 특전사에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한 인물이다. 또한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이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말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법정에서는 청문회 증언에 대한 증거인 통화 녹음이 재생됐다. 통화 녹음은 이 전 준장이 반모 2대대장에게 “(국회) 담을 넘어가. 그래서 1대대와 2대대가 같이 의원들을 좀 이렇게 끄집어내”라고 지시하는 내용이었다.

이 전 여단장은 “당시 국회로 출동하던 상황에서는 민간인들이 (국회의사당에) 트럼프 말기 난동 부리듯이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게 아닌가 생각했고, 민간인들을 끄집어내는 것이 우리 임무라고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국회에 도착했다고 보고했을 때, 사령관이 긴박하게 지침을 줬다”며 “의원들을 다 밖으로 내보내라는 지침이었다”고 했다. 검찰이 ‘그렇다면 곽 전 사령관이 증인에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이 전 여단장은 “사령관님께서 화상회의를 했는데, 대통령께서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 전기라도 끊을 수 없냐’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반적으로 훈련, 군사 작전을 할 때는 상급 지휘관이 지시한다. 대통령님 말씀(워딩)이 나오고 시민들 행동을 보면서 ‘우리가 잘못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고 했다.
또한 이 전 여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2분 전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통해 ‘편의대 2개 조를 국회와 민주당사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편의대’는 사복 군인으로 구성돼 정찰, 정보수집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팀을 의미한다.
다만 이 전 여단장은 곽 전 사령관이 국회와 민주당사에서 편의대가 수행할 임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전 준장은 “(국회·민주당사 투입 이유를) 몰랐다”며 “일반적으로 현장에 가서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편의대를 운영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그쪽에 무슨 상황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 같은 통화 녹음 증언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에 의한 위법수집증거라 증거능력이 없다”, “수정된 파일이라 원본과 동일성이 없어 진정 성립이 될지 의문이다”라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문제 삼았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지난 23일 윤 전 대통령과 사건 관계자들 간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요구하는 의견서에 대한 입장도 밝히겠다고 했다.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과 관계자들 간 비화폰 통화 내역을 확보해 혐의 입증에 활용하고자 재판부에 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