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한미 관세 협의가 향후 국민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체적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경제적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대미 관세 협상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비관세 장벽’, ‘균형 무역’ 등을 의제로 진행 중인 한미 통상 협의에 관한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맡겨 진행 중이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20∼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한미 ‘2차 기술 협의’에서 미국이 처음으로 소고기, 쌀 등 특정 농산물을 포함해 그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서 주장했던 다수의 ‘비관세 장벽’ 문제 해소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의 구체적 요구가 제기되고 난 뒤 아직 양측이 각각의 ‘비관세 장벽’ 이슈를 둘러싼 실질적 논의를 진행한 상황은 아니다. 정부는 그렇지만 한미가 7월8일을 시한으로 두고 촉박한 일정 속에서 협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소고기와 쌀 등 특정 농산물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협상 진전 시나리오와 관련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조약법)에 따른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조약법은 대외 개방 등에 관련해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법에 규정한 국회 보고 등의 절차를 밟도록 규정한다.
통상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협의의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통상조약법에 해당하는 사안이 있을 경우 그때부터 관련 법 절차가 시작하게 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촉박한 시간에 따른 예비적 차원의 준비인 셈이다.
미국은 이번 한미 협의에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부터 쌀 저율관세할당(TRQ) 할당 물량,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약값 책정 정책, 무기 수입 시 기술 이전 등 조건을 요구하는 ‘절충교역’ 등 한국에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미국이 최신 NTE 보고서에 담긴 내용들을 이번 협의에서 공식적으로 우리 측에 제기했다고 확인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이번 협의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희망 사항을 제시한 이후 추가 협의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관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우선순위를 압축해 한국 측과의 실질적 논의 진전을 이뤄내기를 바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협상 시한과 국내 여건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것은 미국도 알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6월3일 대선이 치러지는 한국의 정치 여건상 민감한 사안의 합의에 관한 결정권은 사실상 차기 정부로 넘어간 상태다.
한편, 정부는 미국의 구체적 요구가 제기된 이번 한미 협의 결과를 곧 국회에 비공개 방식으로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