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동 관광지 면세점이나 보세 화장품 가게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매출은 비교도 못하게 낮죠. 유커들이 다시 들어와서 명동 상권에 예전처럼 생기가 돌았으면 좋겠어요.”
한동안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회복 조짐을 보이자, 국내 면세·관광업계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기대와는 온도차가 크다. 소비 중심축이었던 단체 관광객은 여전히 부재하고, 과거의 ‘보따리상’식 대량 소비도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전날 서울 장충동 서울점에서 중국 국영 관광기업인 중국여유그룹(CTG) 경영진과 만나 글로벌 면세 활성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CTG는 한국 면세업계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협력 확대를 모색할 방침이다.
실제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 중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누적 관광객 수는 550만 명을 넘어서며 2019년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그러나 업계의 체감은 다르다. 수치는 회복됐지만, 소비력 있는 단체관광객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매출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명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46·여)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매출에 뚜렷한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보따리상’이라 불리던 사람들이 와서 화장품을 싹쓸이해 갔지만, 요즘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그런 소비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인바운드 관광업계 관계자도 “관광객 수치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해도, 소비의 주축이었던 유커들이 사라지면서 이전만큼의 경제적 효과를 체감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을 중심으로 면세, 관광, 뷰티업계 전반적으로 단체관광객 유치에 다시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은 관광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현재 여행업은 △디지털 전환 지연 △글로벌 OTA(온라인 여행사)의 공세 △불공정한 시장 환경 △외부 변수에 취약한 산업 구조 등의 복합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중소사업체 비중이 절대적인 구조까지 겹쳐, 민간의 자력 회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인프라 부족 문제도 크다. 관광객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숙박·쇼핑·교통 등 관광 인프라는 펜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시내 호텔 객실 수는 6만708실로, 2021년 말(6만1483실)보다 오히려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97만 명에서 1600만 명으로 급증했는데, 이를 수용할 기반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국내 특급호텔 관계자는 “펜데믹 시기에 영업을 중단하거나 인력을 대폭 줄인 호텔들이 많다”며 “이제 관광 수요가 살아나는 만큼 객실·인력 등 운영 체계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대응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인력 양성 지원과 규제 완화, 외국인 인력 유입 확대 등의 대책이 병행돼야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관광협회 역시 최근 성명을 통해 K-컬처와 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을 활용해 관광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