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여야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자는 데 뜻을 모아 법안을 처리한 것인데요. 이번 상법 개정으로 어떤 것이 바뀔까요.
3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상법 개정안은 이제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상법은 기업의 지배 구조와 주주 보호를 규정하는 법률입니다. 그러나 현행 상법 체계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저평가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국회는 주주 가치를 높이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번 상법 개정을 추진한 것입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주주 가치 제고와 기업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4가지 핵심 내용이 담겼습니다.
①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 → ‘회사 및 주주’로 확대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가 확대되는 것입니다. 기존에는 회사에만 충실할 법적 의무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에 대해 충실 의무를 져야 합니다.
그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사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에게 손해를 끼쳐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모 회사가 우량 자회사를 헐값에 흡수 합병하거나, 핵심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 뒤 재상장해 모회사 주주의 가치를 희석시켜도 이사들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하면 됐습니다. 이로 인해 알짜 기업에 투자를 해도 주가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사가 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할 의무가 생기면서,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의사결정에 제약이 생기게 됩니다. 불공정한 합병이나 무리한 물적분할 추진 시 주주들이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입니다.
② 본사에서 주주총회 → ‘온라인으로 주주총회’ 개최
또 상장기업은 앞으로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주주총회는 기업 경영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지만, 현행법상 총회는 본점 또는 인근 지역에서 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일반 주주가 직접 총회에 참석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총회가 열려 물리적 제약 없이 더 많은 주주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③ 사외이사 → ‘독립이사’로 변경
또 사외이사라는 명칭이 ‘독립이사’로 변경되고, 해당 직책의 독립성과 역할이 명확히 규정됩니다. 사외이사 제도는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이사회를 감시하기 위해 IMF의 권고로 1998년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기업들이 사외이사의 선임 배경을 공개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선임’ 관행을 이어가면서, 이들의 역할이 경영진에 우호적인 ‘거수기’에 그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왔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고자 했습니다. 독립이사는 회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전문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사회 내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보다 더 엄격한 선임 기준입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자산 1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의 기업의 경우, 이사회 내 독립이사 비율을 기존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조항은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시행될 예정입니다.
④ 사내이사에만 3%룰 → 사내·사외 구분 없이 ‘3%룰’ 적용
3%룰은 감사 선임 시 특정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대주주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도입 되었습니다.
현행법상 자산 2조 이상의 상장회사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요. 이때 사내 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최대주주에 한해 가족 등 특수관계인과 합산한 3%룰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주주별로 3% 한도를 적용해 사실상 대주주의 영향력이 유지될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되어 왔는데요.
이에 사내·외 구분 없이 ‘합산 3%룰’로 일괄 적용해 감사위원 전원에 대해 대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조항도 1년의 유예 기간을 가집니다.
“더 센 상법은 아직”…남은 쟁점은
여야는 이번 상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조항에 대해서는 일단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3%룰 적용 강화에 동의하는 대신, 이 2가지 조항에 대해 공청회를 열어 추가 논의를 이어가자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이사를 선임할 때 보유 주식 수에 선임 이사 수를 곱한만큼 주당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또 여당은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 선출하는 제도를 현행 1명에서 2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상법 개정안을 담당하는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전날 “이번 상법 개정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더 센 상법’은 아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합병, 분할 등 조직 재편 과정의 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주식시장에서의 감독 행정 강화 등에 대해서도 계속 입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자사주 원칙적 소각’ 문제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