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식 투자보다 아시아 지역으로 시선을 돌릴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한국 주식의 성장세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정부의 정책 개혁 등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과 저렴한 시장 상황이 맞물려서다.
로베코자산운용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로베코자산운용은 설립된 지 96년이 넘은 네덜란드 최대 운용사다. 현재 전 세계 13개국에서 2377억달러(약 330조원) 규모의 자산(AUM)을 운용하고 있다.
조슈아 크랩 로베코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간담회에서 “6개월 전 시점에 향후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과 중동 지역 갈등, 그리고 전반적인 경제 약세,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라며 “현재로서는 (이같은 리스크가) 많이 떨어졌다. 지난 4월 일시적인 시장 낙폭 이후 미국 주식의 성과는 뛰어나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흐름에도 미국 주식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 축소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미 달러의 고평가 현상과 극단적 밸류에이션에 기인한다. 크랩 대표는 “달러에 투자하던 자금을 금, 비트코인, 싱가포르 달러 등으로 분산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 지표를 보면 미 달러는 20% 정도 고평가됐다”라며 “아울러 지금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이 굉장히 극단적으로 형성돼 있다”며 “지난 4월처럼 굉장히 빠르게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 시장, 美 고평가 우려 속 좋은 대체 투자처”
로베코운용은 미국 시장에 투자 자산이 과하게 쏠렸다고 주장했다. 로베코운용 측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 비중은 9%에서 18%로 급증했다. 크랩 대표는 “지난 4월 미국 증시가 급락한 뒤로 미국 증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과도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며 “분산투자를 고민하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미국 증시는 밸류에이션 고점, 아시아는 중간 정도 수준이다”라며 “미국 시장이 크기 때문에 일부 자금만 빠져도 아시아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초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미국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아시아태평양 MSCI 지수 대비 3.0%p 넘게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이는 지난 2000년 6월 3.5%p를 기록한 이후 최대 격차다. PBR은 가치평가 지표 중 하나다. 수치가 낮을수록 저평가로 인식된다.

특히 크랩 대표는 한국 증시가 구조적인 변화 흐름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비관적이었고,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시장에 부정적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이는 밸류업 프로그램 때문이다. 동일한 정책을 진행한 일본의 경우 주주환원 프로그램이 시간이 흐르면서 수익률에 반영되는 경로를 거쳤다. 한국도 유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장 관점에서 보면 최근 있었던 상법 개정은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 시장이 저렴한 것도 분명하다. 여러 (정책) 개혁이 진행됨에 따라 수익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주주 이익에 더 관심 갖고 신경쓰게 되면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더 유입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주주환원 참여 기업, 정책 수혜 볼 것”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가 정책 모멘텀 기대감을 이유로 급등세를 선보인 점을 우려 요인으로 본다. 펀더멘털 성장세 동반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관 3곳 이상이 컨센서스를 제시한 코스피 상장사 191곳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265조7114억원이다. 이는 6개월 전 추정치(284조63억원) 대비 6.4% 하향 조정된 수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실적 성장이 뚜렷하게 관측되지 않았음에도, 증시 및 주가의 오름세는 향후 어닝 쇼크 확인 시 급락할 가능성도 내포한다”라고 말했다.
크랩 대표는 실적의 중요성에 동감하면서도 정책 조치의 수혜는 결국 기업이 입을 것으로 봤다. 그는 “기업의 실적은 매우 중요하고, 이는 모든 국가가 동일하다. 그러나 (실적은) 우리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라며 “일본 사례를 보면 정책 조치를 통한 변화에 기업들이 수혜를 봤다. 단순 배당에서 그치지 않고 자본원칙에 입각해 투자를 집행하면, 그 투자에서 수익을 얻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차원에서 도움 될 것”이라고 했다.
크랩 대표는 한국 시장의 투자 기회에 대한 구체적 견해도 내놨다. 그는 “한국 시장은 원전 공급망, 전력망, 방위산업 등 특정 영역에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라며 “조선업종도 향후 장래를 봤을 때 유망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창출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