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 면역 저하로 대상포진 취약…예방접종 필수” [쿠키인터뷰]

“만성콩팥병 환자, 면역 저하로 대상포진 취약…예방접종 필수” [쿠키인터뷰]

박요한 건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인터뷰
대상포진으로 급성 신손상 사례 발생…예정보다 빠른 투석 진행
“생백신보다 재조합 백신 우선…기존 감염자도 접종해야”

기사승인 2025-07-23 11:00:03
박요한 건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지난 17일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만성콩팥병 환자의 대성포진 백신 접종 필요성을 강조했다. 건양대병원 제공

만성콩팥병 환자는 면역 기능 저하로 인해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높고 중증화될 경우 급성 콩팥 손상으로 투석을 앞당길 수 있어 예방접종이 중요하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나왔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가 재활성화되며 생기는 질환으로 특히 노년층이나 면역저하자에서 흔하게 나타난다. 주로 얼굴, 등, 옆구리 등 몸 한쪽에 띠 모양으로 수포가 생기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재발 가능성이 있으며 일부 환자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같은 만성 통증이 남는다. 이외에도 안면신경 손상, 전신 감염 등 다양한 후유증이 뒤따를 수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T세포·B세포 기능이 저하돼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인보다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약 1.3배 높다. 이 위험은 복막투석 환자에서 3.6배, 신장이식 환자에서는 8.4배까지 증가한다. 특히 고혈압이 있는 만성콩팥병 환자가 대상포진을 앓을 경우 말기콩팥병(말기신부전) 위험이 5.62배 커지며, 고혈압과 당뇨병을 모두 가진 환자는 8.71배까지 상승한다는 보고도 있다.

박요한 건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지난 17일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상포진이 발생한 만성콩팥병 환자는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말기콩팥병으로 악화될 위험이 약 1.36배 높다”며 “심한 대상포진은 전신 염증 반응이나 감염을 유발해 급성 신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료 중이던 만성콩팥병 4기 환자는 가슴 부위에 생긴 대상포진이 몸 전체로 퍼지며 급성 신손상이 발생했고, 결국 혈액투석을 시작하게 됐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투석이 시작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진통제나 항바이러스제 역시 콩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대상포진은 신손상 위험을 더욱 키운다”며 “만약 백신을 미리 맞았다면 경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만성콩팥병 환자뿐 아니라 투석 중인 환자도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한신장학회의 인공신장실 감염관리 지침은 50세 이상 투석 환자에게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고하며 필요한 경우 생백신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박 교수는 “생백신은 중증 면역저하자에게는 추천되지 않지만 재조합 백신은 불활화 백신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신장이식 환자도 접종이 가능하다”며 “관련 연구를 통해 면역원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언급했다.

과거 생백신 접종 이력이 있거나 이미 대상포진을 앓은 환자 역시 재조합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박 교수는 “대한감염학회도 생백신 접종 이력이 있는 경우 재조합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으며, 대상포진을 앓은 경험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재발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예방 목적의 접종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대한신장학회는 환자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상반기엔 대상포진 정보를 담은 영상과 안내서를 제작해 전국 760여개 인공신장실에 배포하고 의료진이 짧은 상담 시간 안에 핵심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별도의 자료를 함께 제공했다. 박 교수는 “의료진이 직접 예방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이 환자의 인식 변화와 행동 실천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대상포진의 위험성과 백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방접종을 통해 건강을 지킬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식이조절과 운동 등 일상적 관리뿐 아니라 예방 가능한 감염 질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치의와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예방 조치를 미리 준비하면 건강한 치료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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