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디게임]이유원 반지하게임즈 대표 "인디게임은 내게 조각상"

강한결 / 기사승인 : 2021-03-19 0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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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과거 인디게임의 불모지라 여겨졌던 한국시장이 변하고 있다. 독창성과 참신함을 매력으로 게이머를 사로잡은 인디게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디로는 밥 벌어먹기 힘들다'는 인식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상황. 이에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이 유망 인디개발자를 게이머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반지하게임즈는 2016년 한국 인디게임신에 혜성처럼 등장한 개발사다. 첫 출시작인 '허언증 소개팅'부터 게임성과 상업적 측면에서 성공을 거뒀고, 2018년 출시한 '서울2033'은 이듬해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톱3에 포함되기도 했다. 반지하게임즈 공동대표 3인은 각각 성균관대 법전공(이유원), 한양대 컴퓨터공학과(백승민), 서울대 미대(정윤지)를 나왔다. 언뜻 보기에는 게임 개발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력이지만,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세 친구가 설립한 반지하게임즈는 현재 가장 '힙'한 인디개발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스포츠팀은 지난 10일 신촌에 있는 반지하게임즈 사무실에서 이유원 공동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지하게임즈 공동대표, 성대 법학전문대학원 휴학중인 이유원이라고 합니다. 

Q. 반지하게임즈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반지하게임즈는 고등학교 동창 3명이서 만든 인디게임 개발스튜디오입니다. 일단 회사가 만들어지기 전 배경부터 말씀을 드릴게요. 저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플래시게임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고등학생까지도 이런 취미가 이어졌는데요. 친구들도 이런 모습을 인상깊게 봤던 것 같아요. 대학은 게임과 관련이 없는 전공을 선택했지만, 당시에도 창작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컸어요. 마침 이 시기에 모바일 게임 붐이 일기도 했고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두 친구에게 연락이 왔어요. 친구들이 '너가 예전에 만든 게임을 모바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다같이 모여서 해보자는 결론이 났는데, 그 때가 2015년이었어요. 이듬해 9월 처음 게임을 출시하게 됐어요. 그 이후에도 꾸준히 작품을 냈는데, 다행히 유저분들 반응이 좋았어요. 자연스럽게 매출도 따라왔고요. 그래서 사업자로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투자를 위해 법인 설립까지 이어져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사진=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Q. 반지하게임즈라는 이름이 참 재밌어요. 혹시 이름의 의미를 여쭤봐도 될까요?

대학교 학부생 때 진로나 학업 등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반지하 자취방에서 게임을 만들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던 순간만큼은 무척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혹여 성공하게 되더라도 반지하에서 즐겁게 게임 만들던 마음가짐을 잊지 말고 오래오래 즐거운 게임을 만들자는 생각에 반지하게임즈라는 이름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Q.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형태로 발전했는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2016년 처음으로 게임을 출시해서 현재까지 10종이상의 작품을 제작하고 서비스하고 있어요. 모바일 인디게임이라는 장르에 맞춰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출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현재는 회사에 9명의 직원이 있고 외주 쪽으로는 20명 정도와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를 포함한 대표 3명은 각각 맡고 있는 역할이 다른데요. 저는 현재 기획을 맡고 있고, 두 분은 각각 개발과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외 직원분들은 회계나 CS,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 최근에는 사업부까지 합류했는데요. 여러가지 역량을 가진 분들과 함께 회사같은 분위기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Q. 반지하게임즈에서 나온 게임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초창기에는 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게임을 주로 출시했는데요.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게임방식을 차용한 작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허언증소개팅', '중고로운 평화나라'의 경우 코믹한 요소와 당시 유행하는 인터넷 밈(Meme)을 적극 활용한 게임입니다. 주사위나 카드를 활용한 캐주얼 보드게임도 제작했어요. 최근 가장 주력으로 서비스하는 장르는 '서울2033'과 같은 텍스트 게임 장르입니다. 그래픽을 최소화해서 텍스트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극대화하려는 취지에서 만들게 됐습니다. 올해부터는 그동안 해왔던 다양한 장르를 개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사진=반지하게임즈의 '서울2033'.

Q. 대표님이 개발한 게임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서울2033' 시리즈가 가장 마음이 가네요. 이 작품은 핵 전쟁이후 서울의 모습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테마의 텍스트 게임인데요. 지난해 '서울2033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프리퀄 작품 '서울2033: 방공호'를 출시했어요. 내용은 플레이어가 방공호 관리자가 되어 조그만 사회를 운영하는 건데요. 25명의 독창적인 캐릭터 가운데 누구를 들이고 누구를 내보낼지 선택할 수 있어요. 결국 방공호를 어떻게 운영할지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인 셈이죠. 

제작 당시 직접 25명의 캐릭터 대사를 쓰고 연출을 하다보니, 작업을 마무리할 시기에는 정이 들어 애착이 생겼어요. 실제로도 '서울2033' 세계관 게임 가운데 유저 평가도 제일 좋았어요. 그러다보니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Q. 그렇다면 '서울2033'과 '서울2033: 방공호' 스토리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의 서사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캐릭터의 과거는 어땠을까'라는 생각에서 이렇게 출발을 했는데요. '서울2033'에는 많은 악역이 등장하는 데 이 중 '살인망치'라는 캐릭터가 있어요. 잔인하고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지고 있어요. '서울2033: 방공호'에서도 이 캐릭터가 등장해요. 물론 직접적으로 알려주진 않지만 이상한 면모가 조금씩 드러나요.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좋아한다거나 고양이를 해치는 모습을 보여줘요. 플레이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 캐릭터는 교화되지 않아요. 이같은 복선이 계속 이어지다 엔딩 부분에 이 친구가 훗날에는 살인망치라고 불렸다고 일종의 반전 장치를 넣은 것이죠. 이 서사를 유저분들도 좋아했고, 저도 캐릭터에 입체감과 깊이감을 넣은 것 같아 만족스러웠죠.

사진=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Q. 대표님께서 처음 처음 팀을 꾸린 것이 2015년이라고 하셨는데, 처음에는 분명 힘든 부분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작업할 장소가 없다는게 제일 힘든 점이었어요. 서로 짬을 내서 신촌 근처 카페에 모여서 작업을 했어요. 처음으로 함께 모여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 재밌었기에 작업 자체는 힘들진 않았어요. 다만 개발자 친구도 배워가는 입장이어서 간단한 작업도 굉장히 오래 걸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는데요. 예를 들자면 코딩을 잘못해서 타임게이지가 가로가 아닌 세로로 줄어드는 등의 버그가 발생했는데, 이대로 출시가 됐어요.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니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웃음). 

아쉬운 점도 있어요. '허언증 소개팅'이 스트리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이 게임이 하나의 인터넷 밈이 되면서 의도치 않은 입소문이 퍼지게 됐어요. 그렇지만 당시 저희가 비즈니스모델(BM) 구성을 할 줄 몰라 배너광고만 붙였어요. 이용량이 많았음에도 충분한 수익을 못낸 셈이죠. 당시에는 게임으로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어요. 그래도 이같은 경험으로 인해 한결 더 나아진 지금의 반지하게임즈가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 개발을 하셨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네이버 붐' 등 인터넷에 재밌고 웃긴 자료가 많이 올라오던 시절이었어요. 당시 '이지툰' 으로 도트 애니메이션 만들기, 플래시파일 제작, HTML로 방탈출 게임 만들기 등이 유행했어요. 당시 저는 그림과 글쓰기를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1인개발자 강좌를 많이 챙겨봤어요. 이렇게 스스로 만든 제작물을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 받는 과정도 큰 즐거움이었죠. 그러다보니 자신감이 붙어서 관련 커뮤니티도 가입해 더 배우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보니 피드백을 받는 과정, 기획 기간중 해왔던 고민 등 당시의 경험이 굉장히 큰 자산이 됐어요. 

Q. 게임사에 취직하지 않고 인디개발사를 차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엄청난 결단을 내린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들이 모인 동아리 느낌이었죠. 오히려 나중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창업을 하게 됐죠. 과거로 돌아갔다 해도, 큰 게임사에 들어가면 창작자로서의 가치나 메시지가 담긴 게임을 만들기에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결국에는 인디개발을 택했을 것 같아요. 지금의 선택을 한 게 다행이죠.

Q. 그렇다면 인디개발자로서의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스스로 생각한대로 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큰 게임회사 기획자는 처음부터 직접 개발에 관여하는 것이 어렵고,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인 편이니까요. 인디 환경에서는 기획자의 아이디어나 생각이 소중한 자산이 되고 게임에 반영되기도 쉬운 편이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오는 성취감이 큰 편이죠.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인디는 프로덕트 위주로 시작을 하는데, 사업·경영 측면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수익성은 떨어지는 편이죠. 아마추어 상태로 시작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생활고를 겪는 사례도 생기고요. 이런 부분이 인디 개발자들이 겪는 어려움 아닐까요?

사진=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Q. 인디게임, 혹은 인디개발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첫 번째로 개발자는 독창적인 시도를 많이 해야 해요. 인디게임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독창성은 필수 요소입니다. 현재 게임업계에는 새로운 도전자도 많고, 기존강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독창성과 게임성을 가진 작품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디개발자를 위한 제도나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앱플랫폼에서 마련한 인디개발자를 위한 세션 같은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를 통해 인디개발자들은 부족한 전문성을 배울 수 있죠. 또한 앱플랫폼이 나서서 인디게임에게는 앱수수료 인하해준다면 개발자는 금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죠. 이러한 상황이 마련된다면 개발자들도 좀더 양질의 작품을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인디게임 개발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나요?

초장기에는 조금 있었어요. 처음부터 수익성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두 명의 친구가 취업 걱정으로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대학원 진학 걱정이 생겼죠. '우리가 인디게임 개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는 시기가 있었죠.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도 줄어들었죠. 그래도 결국 셋 다 '우리는 창작을 좋아하고 나중에 만날 것'이라는 공통의견이 나왔어요. '언젠가는 다시 만나 개발을 하고 있을 것이니 지금의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결론이 나왔죠. 

Q. 대표님께 인디게임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인디게임을 조각상이라고 생각해요. 일반 게임사에는 게임을 경영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수치에 따라 좋고 나쁨이 갈리는 편이에요. 반면 인디 개발자 입장에서는 모든 작품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그런 의미에서 조각상을 만들 때처럼 윤곽을 잡아가고, 실수를 했더라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고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인디게임 제작과정이 조각상을 만들 때와 유사한 것 같아요.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게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 명의 게이머 저는 독창적이고 재밌는 작품이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제작자 입장에서는 결과물에 애착이 가고, 유저에게 자부심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작품이 좋은 게임이겠죠. 일반 게임사에서는 수익성이 뛰어난 작품을 좋은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인디게임의 경우 수익적 데이터와 통계지표가 좋은 작품보다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완성도가 높은 결과물이 좋은 게임이겠죠.
사진=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Q. 앞으로 반지하게임즈의 차기작에 대해서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는 '서울2033'을 꾸준히 업데이트 중입니다. 텍스트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전하기 위해 준비중입니다. 또한 서울2033' IP를 활용한 실물보드게임도 준비중입니다. 이외에 네이버 웹툰 '덴마' IP를 활용한 텍스트 장르의 신작도 준비하고 있어요. 온라인 소켓 통신을 활용한 보드게임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인데, 익런 것을 할때 결과도 좋더라고요. 말씀 드린 프로젝트는 모두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Q. 인디개발자를 꿈꾸고 있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자신과 잘 맞는 좋은 팀원을 잘 만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최근 인디 개발을 시도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요. 실패 사례를 잘 살펴보면 팀원과의 불화로 인한 경우가 많아요. 창작을 좋아하고 자신과 잘맞는 동료를 만나는 것이 중요해요. 좋은 팀원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해 견고한 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해주세요.

최근 게임업계에 여러가지 논란이 있는데, 저는 업계 전반에서 인디게임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게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창작자가 인디게임 제작을 위해 도전을 하는데, 유저의 관심과 격려가 없다면 빛을 보기 어려워요. 유저분들의 응원이 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많은 응원부탁드립니다.

*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 기자들은 참신하고 재밌는 인디게임을 찾고 있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자 분들도 부담없이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