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여진구 “‘괴물’의 제 연기 점수요? 10점 만점에 5점”

인세현 / 기사승인 : 2021-04-20 0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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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여진구. 제이너스이엔티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배우 여진구는 JTBC 드라마 ‘괴물’ 촬영 시작 전 대본 외 문서 몇 장을 건네 받았다. 여진구가 드라마에서 연기할 배역 한주원의 이력서 한 통과 그의 인생사가 담긴 문서였다. 작품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화상으로 만난 여진구는 “김수진 작가님이 주신 문서를 토대로 주원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나가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며 ‘괴물’ 한주원과 처음 만났을 당시를 회상했다.

“저는 배역을 맡으면 제가 연기할 인물의 인생을 되짚는 작업을 해요. 그 인물이 어릴 적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무슨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는 거죠. 인물의 인생을 이해해야 몰입하기 편하거든요. 그런데 김수진 작가님이 이번에 저에게 한주원의 이력서와 인생사가 담긴 문서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작가님이 문서를 통해 주원의 어린 시절부터 만양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주신 덕분에 작업이 수월했죠.”

지난 10일 막을 내린 ‘괴물’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극이다. 가상의 도시인 만양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한주원(여진구)과 이동식(신하균)을 통해, 내밀한 인간의 심리 등을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여진구는 이 드라마에서 엘리트 경찰인 한주원 역을 맡았다. 파트너인 이동식을 의심하다가 그와 함께 일련의 사건을 겪고 난 후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물이다.

여진구가 설명하는 한주원은 편견도 있고 자기고집도 있는 인물이다. 날카로운 면도 강하고 성격도 사회적이지 않다. 한주원의 성격을 열거하던 여진구는 “이런 모습을 작품을 통해 한 번도 보여드린 적이 없어서, 역할과 인물의 성격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깊은 서사를 지닌 장르물로 시청자를 만나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다. 

“일단 한주원이란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괴물’의 장르가 심리 추적 스릴러이지만, 범인을 잡는 것에만 포커스를 두지 않고 주변인과 피해자 가족의 삶을 다양하게 조명하는 점도 마음에 와닿았고요. 사건 반전과 범인을 찾는 구성도 촘촘하지만, 각 인물의 스토리가 참 매력 있었어요. 대본을 읽고 인물들이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죠.”

배우 여진구. 제이너스 이엔티

극 중에서 진한 호흡을 맞춘 배우 신하균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여진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신하균이 표현할 이동식에 큰 기대감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직접 마주한 신하균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여진구는 “신하균 선배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라면서 “그 연기 덕분에 이동식과 한주원의 관계성이 시청자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엔 오로지 진범을 잡겠다는 마음으로 만양에 내려간 한주원이 이동식을 만나고 시간이 지나며 점차 변해요. 후반부에서 진실을 마주했을 때 만양에서 배운 경찰의 감과 이동식에게 배운 결단력으로 움직이죠. 그래서 마지막에 본인의 삶을 거는 선택을 하는 주원의 성장이 멋있었고, 표현하는 재미도 있었어요. 마지막에 이동식이 ‘주원아’라고 부르잖아요. 아마 주원은 그렇게 친근하게 이름을 불려 본 것이 처음일 거예요. 동식이란 인물이 주원 인생에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대본을 읽으면서 ‘주원아’라고 부르는 걸 보고 감동했어요. 연기하기 어려우면서도 좋은 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왕이 된 남자’ ‘호텔 델루나’에 이어 ‘괴물’로 삼연타를 친 여진구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여진구는 “연기에 대한 믿음을 갖고 싶은 순간에 ‘괴물’을 만났다”면서 “너무 이른 감도 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제 연기 스타일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차기작은 이 감각을 계속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연기 괴물,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요? 기분 좋은 부담이죠. 계속 해서 부담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청자가 제가 하는 역할과 작품에 계속 기대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괴물’에서 제 연기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5점이요. 사실 5점도 후한 점수지만, 20대 때 5점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요즘 행복해요. 이번 작품하면서 연기에 관한 믿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어서 1점 더 줬어요. 앞으로 이 행복 오래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