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윤여정

기사승인 2021-04-26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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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윤여정
사진=2015년 4월 영화 ‘장수상회’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는 윤여정.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한국인의 아카데미 수상이 유력하다’. 2년 전이면 농담이었을 말이 현실이 됐다. 지난해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지 1년 만에, 한국배우 최초로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을 열었다. 배우 윤여정과 ‘미나리’를 둘러싼 이모저모를 숫자로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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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이 배우로 데뷔 후 보낸 햇수. 지난 1966년 TBC 탤런트 공채 3기로 데뷔한 이후 55년 동안 드라마 60여편, 영화 33편에 출연했다. 1971년 MBC ‘장희빈’과 영화 ‘화녀’(감독 김기영)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화녀’로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10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 제4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직접 수상하지 못한 시체스영화제 트로피는 39년 만인 2010년에서야 받았다. 다음해인 1972년부터 12년을 미국에서 지냈다.

1984년 한국에 돌아온 윤여정은 MBC ‘사랑이 뭐길래’, 영화 ‘바람난 가족’(감독 임상수) 등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2010년엔 ‘하녀’(감독 임상수)로 제47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조연상, 제31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최근엔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문명특급’에 출연하는 등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과거 생계형 배우로 하기 싫은 작품에도 출연하던 것에서 벗어나, ‘찬실이는 복도 많지’ ‘미나리’처럼 작품과 사람을 보고 독립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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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로 받은 여우조연상 트로피 개수. 26일 오전(한국시간)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 38개가 된다. 윤여정의 수상을 포함해 영화 ‘미나리’는 현재까지 105관왕을 기록 중이다. ‘미나리’는 지난해 2월 제36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오스카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후 각종 미국 비평가협회와 조합상 시상식에서 연이어 수상 소식을 알렸다.

‘미나리’는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대사의 영어 비율 문제로 외국어영화상을 타는 데 그쳤다. 하지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까지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리며 주목받았다. ‘미나리’는 브래드 피트 미국 제작사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로, 한국 장편 영화를 심사하는 국내 시상식 트로피는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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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의 만 나이. 1947년생인 윤여정은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 만 73세로 역대 3번째로 많은 나이의 수상자가 된다. 1985년 영화 ‘인도로 가는 길’ 페기 애슈크로프트가 77세, 1951년 영화 ‘하비’ 조지핀 헐이 74세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바 있다. 해당 부문 트로피를 두고 윤여정과 다툴 후보로 거론되는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마리아 바칼로바는 불가리아 현재 24세다.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받으면 1957년 영화 '사요나라' 우메키 미요시에 이어 2번째 아시아인 수상자가 된다. 우메키 미요시는 당시 미국으로 귀화한 미국인으로 수상했기 때문에 국적으로 따지면 윤여정이 최초다. 또 영화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연기해 아카데미 배우상을 받는 6번째 배우가 될 수 있다. 1962년 ‘두 여인’ 소피아 로렌과 1999년 ‘인생은 아름다워’ 로베르토 베니니가 이탈리아어로, 2008년 ‘라비앙 로즈’ 마리옹 꼬띠아르가 프랑스어로 연기에 배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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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에 앞서 미국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한국배우. 2010년 ‘마더’ 김혜자, 2011년 ‘시’ 윤정희, 2020년 ‘기생충’ 송강호 등이 한국배우로 미국 지역 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배우상을 수상했지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이름을 올린 건 윤여정이 최초다. 미국 배우조합상(SAG-AFTRA)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도 한국배우 처음으로 연기상을 수상했다. 26일 오전(한국시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 윤여정이 지금까지 쓴 ‘최초’ 기록의 정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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