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디게임] 사우스포게임즈 박상우 대표 “우리는 게임계의 왼손잡이”

강한결 / 기사승인 : 2021-04-23 0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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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사우스포게임즈 대표(아랫줄 중앙). 강한결 기자

과거 인디게임의 불모지라 여겨졌던 한국시장이 변하고 있다. 독창성과 참신함을 매력으로 게이머를 사로잡은 인디게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디로는 밥 벌어먹기 힘들다'는 인식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상황. 이에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이 유망 인디개발자를 게이머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국내 게이머들에게 '올 상반기 최고의 인디게임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열에 일곱 명은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스컬)'라고 답할 것이다. 1년의 얼리엑세스 기간을 거쳐 지난 1월 정식출시된 스컬은 흥행과 게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개발사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사우스포게임즈는 전남대학교 게임 동아리 구성원이 의기투합해 만든 인디개발사다. 지난 14일 광주광역시 전남대학교 산학협력관에 있는 사우스포게임즈 사무실에서 박상우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대표작인 스컬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괄목할 성과를 거둔 스컬이지만 개발단계에서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게임 제작 의지와 개발역량은 충분했지만, 시간 및 금전적 비용과 관련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애초부터 대규모로 진행된 프로젝트였기에 필요한 자원도 많았고요. 팀원 대부분이 초반에는 열정페이로 작업에 임했어요. 구체적으로는 8개월에 걸쳐 만든 프로토타입이 재미가 없어 폐기한 일도 있었고, 공모전 상금 지급이 지연됨에 따라 급여가 밀린 적도 있었죠. 당시에는 타격이 컸습니다. 게다가 당시 저를 비롯한 창립멤버들은 대부분 3~4학년이었어요. 고된 프로젝트와 취업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멤버들도 많았습니다.

Q. 8개월간 만든 프로토타입을 폐기했다고 말씀하셨는데 당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스컬은 개발 초기 당시 탑 뷰로 디자인 됐어요. 당시에도 지금처럼 근접 전투 중심의 액션이 핵심이었는데, 저희는 탑뷰에서 만족스러운 근접 전투를 만들지 못해 재미가 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프로젝트를 완전히 엎고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고 사이드 뷰인 지금의 스컬의 토대가 잡혔어요.당시 수입이 전혀 없었던 저희에게 8개월간 만든 결과물을 폐기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제안을 했더니 스튜디오 분위기가 무거워졌던 게 지금도 선명해요. 결과적으로 더 늦기 전에 결단해서 다행이죠. 팀원들이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 준 덕에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었어요.

Q. 자금난도 심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수입은 없지만, 직원들 급여는 줘야하고… 막막했죠. 결국 법인을 설립해서 신용보증대출을 받았어요. 물론 스컬 프로젝트가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죠. 결국 스컬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팀원들이 의욕과 동기를 가지고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상우 사우스포게임즈 대표. 사우스포게임즈 제공

Q. 어려움을 겪던 스컬 프로젝트는 네오위즈와 만나 조금씩 빛을 보게 됐는데요. 네오위즈와 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네오위즈에서 처음으로 퍼블리싱한 인디게임이 스컬이에요. 현재는 인디팀(S2)으로 불리는데, 초창기에는 스컬 퍼블리싱을 전담한 걸로 알고 있어요. 우선 온라인과 오프라인 방식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광주와 판교가 가까운 거리는 아니어서, 양측이 번갈아서 광주와 판교를 오가고 있습니다.

Q. 스컬은 다양한 스트리머의 텀블벅 후원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낸 것인지 궁금합니다.

인디게임의 크라우드 펀딩은 흔히 있는 일이긴 해요. 다만 저희는 스트리머 분들이 후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스트리머 분들이 국내 게임업계의 발전을 위해 인디게임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결과라고 생각해요. 항상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는 스컬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혹은 유저들에게 추천하는 스컬은 무엇인가요?

저는 묵직하고 강력한 공격을 좋아해서 파워타입 스컬을 선호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시간에 폭발적인 데미지를 쏟아내고, 외형이 멋진 '버서커'를 가장 좋아합니다. 특정 스컬이 좋다고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게임 내에서 티어가 정해지는 것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지만, 사용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스컬이 생기면 마음이 좋지는 않습니다. 모두 애정으로 만든 캐릭터니까요. 앞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밸런스를 조정할 계획이니, 유저분들도 다양한 스컬을 사용하셨으면 합니다.

Q. 차기작에 대한 계획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스컬 이후 선보일 차기작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컬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도 지속적으로 밸런스를 잡고 콘텐츠 추가를 위해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우스포게임즈 사무실에서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개발에 매진하는 직원들. 강한결 기자

Q. 본격적으로 사우스포게임즈에 대해 애기해보죠.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사우스포게임즈는 2017년에 전남대학교 게임개발 동아리 'PIMM'(Passion in my mind) 멤버들과 함께 설립한 게임사입니다. 동아리 멤버가 주축이 돼 만들어진 사우스포게임즈에는 현재 역량이 뛰어난 청년들이 모여있습니다. 저희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진행된 이매진컵 공모전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요. 이 친구들이라면 같이 함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저희는 크게 기획·개발·아트 3부문으로 나뉘어 운영중인데요. 저같은 경우는 기획 업무를 많이 진행하는 편입니다. 인디 개발사 특성상 팀원들이 여러가지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팀 구분을 명확히 하려고 합니다. 팀원들의 '워라밸(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웃음).

Q. 사우스포게임즈라는 이름의 의미를 여쭤봐도 될까요?

스포츠에서 왼손잡이 선수를 사우스포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인 스포츠계에서 사우스포는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주는데요. 저희도 게임계의 왼손잡이가 되어 창의적이고 남다른 게임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Q. 게임 개발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했어요. 이전부터 게임개발자가 되고 싶었기에 특별한 계기라고 할 내용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게임개발을 위해 공부와 각종 활동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있더라고요. 모든 게임 개발자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그런 기회를 얻었고, 망설임 없이 팀을 만들게 됐죠.

Q. 게임사에 취직하지 않고 인디 개발사를 차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게임개발을 꿈꾸는 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생각을 하던 이 중 하나였는데요, 이런 생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인재들이 주변에 모이자 주저하지 않고 팀을 만들었습니다.

사우스포게임즈 사무실에서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 개발에 매진하는 직원들. 강한결 기자

Q. 동아리부터 인디개발사까지, 5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조금 생각을 더듬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아, 아무래도 금전적인 문제로 생긴 에피소드가 몇 개 있기는 했어요. 당시 저희는 금전적으로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는데요. 게임을 만들 공간은 필요한데, 장소를 섭외하려면 돈이 드는 상황이었어요. 고민 끝에 동아리방을 사용하자는 결론이 나왔어요. 마침 방학 시즌이라 저희 말고는 사용하는 사람도 없었고요. 이 기간에는 동아리방에서 먹고 자면서 게임 개발에 매진했죠. 

문제는 방학이 끝난 다음이었어요. 저희 말고도 다른 동아리원이 있는데 계속 동아리방을 사용하기는 무리가 있던 상황이였으니까요. 그때 마침 동아리 지도교수님이 창고로 쓰는 방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대신 관리를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7평 정도 공간에 최초의 사무실을 차렸어요. 이후 스컬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 현재의 산학협력관으로 이동한 거예요.

현재도 동아리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매 학기 PIMM 동아리 멤버 한 명이 현장실습 인턴으로 활동해요. 패치가 진행되거나, 변동사항이 생기면 동아리 멤버가 먼저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소감을 물어보기도 해요. PIMM 자체가 소프트웨어공학 소모임 성격이라 동아리원들 모두 사전 지식이 뛰어나거든요. 말하자면 알파 테스터에게 QA(Quality Assurance)를 받는 느낌이랄까요?

Q. 인디게임 개발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나요? 

다행히도 아직은 없습니다.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선택했고, 지금도 즐겁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의지 덕분에 다른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어요.

Q. 대표님께 인디게임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놀이터에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요. 제게 놀이터는 만남의 장이었어요. 처음 보는 친구가 와도 즐겁게 소통할 수 있었죠. 인디게임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인디게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뛰놀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인디게임을 놀이터라고 생각해요.

업무 진행중인 박상우 사우스포게임즈 대표. 강한결 기자

Q.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게임이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제는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데요. 이를 토대로 얘기를 해볼게요. 조작과 전투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어야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내포된 메시지가 훌륭해도 재미가 없는 게임은 의미가 없어요. 닌텐도의 전설 미야모토 시게루는 이런 말을 했어요. '게임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오로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 저 역시 이런 생각으로 개발에 임하고 있습니다.

Q. 인디 개발자의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만들고자 하는 게임에 대한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개발에 대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단점으로는 언제나 사람, 시간,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높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디게임 업계에 몸을 담으면 즐겁게 일할 수는 있지만, 높은 업무강도는 각오해야겠죠.

Q. 인디게임, 혹은 인디 개발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한가요? 

사전적 의미의 인디게임은 저비용으로 개인이나 소규모의 단체가 모여 만든 작품을 뜻해요. 하지만 지금은 인디게임이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어요. 인디게임으로 분류되는 작품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의미에요.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게임 퀄리티가 높아야 해요. 이제 '인디게임=아마추어리즘'이라는 사고로는 승부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선 개발자도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개발자를 대상으로 교육과 투자를 해야 한다고 봐요. 현재는 단 한 번이라도 실패를 하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 구조에요.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인디개발자를 꿈꾸고 있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예상대로 정말 힘들지만, 예상대로 즐겁고 멋집니다.

*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 기자들은 참신하고 재밌는 인디게임을 찾고 있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자 분들도 부담없이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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