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안해서합니다] “대기 타야만 성공”…MZ세대가 ‘수어’에 빠진 이유

최은희 / 기사승인 : 2021-05-06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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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어느덧 5월. 가정의 달입니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전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 분주해지는 시기죠.

오른손 엄지를 치켜들어 왼손바닥 위에 받쳐볼까요. 이 손동작으로 누군가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온전히 마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수어’를 통해서 말입니다.

올해 최초로 ‘한국수어의 날’이 제정됐습니다.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공용어로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수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MZ(밀레니얼+Z세대)세대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주위에 수어 독학을 시작한 친구도 여러 명입니다. 젊은이들이 수어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수어전문 교육원을 찾았습니다. “벌써 오셨네요” 김동현 수어통역사가 웃으며 맞이합니다. 김 수어통역사는 수어를 배우는 젊은 층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습니다. 수업을 들으려면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합니다. 그는 “전체 수강생 중 청년층 비율이 62.7%에 달한다”며 “대중매체에 수어가 자주 노출되면서 MZ세대가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과거에는 수어 배우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영어나 중국어처럼 다른 언어로 생각한다는 설명입니다. 

수업 시간이 되자, 수강생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어 전문교육 강좌 오후 인문 반에 참가한 MZ세대 수강생들은 총 7명. 전부 20·30 세대입니다. 갓 새내기 대학생부터 퇴근한 직장인까지. 성별과 나이는 달랐지만, 수어를 배우려는 의지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기자도 수업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수어는 생각보다 배우기 쉽고 재밌었습니다. 이 날 수업 주제는 음식이었습니다.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수강생들끼리 서로 문제를 냈습니다. 한 수강생이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빵 종류를 설명했습니다. 교실은 조용했지만, 손끝에서 탄생한 언어로 가득 찼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수어전문 교육원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은희 인턴기자
이들이 수어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일까요. 공연 분야에서 종사하는 김지현(26·여)씨는 “농인 관객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고 싶었다. 공연을 보는 농인들의 이해를 돕고 싶어 수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룹 유키스 출신의 가수 알렉산더(32)씨도 “운동하며 알게 된 농인과 소통하고 싶었다”며 “소수가 아무리 노력해도 다수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수어를 배운 지 한 달 된 이용수씨는 “우연히 수어로 노래를 표현하는 농인의 모습이 담긴 공연을 봤다”며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데도 농인의 역동적인 표정을 통해 노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큰 감동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수어 공부를 추천하냐”는 질문에 수강생들은 전부 “추천한다”고 답했습니다. 퇴근 후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재밌다는 이유입니다. 농인에 대한 배려심과 역지사지 정신을 배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농인과 청인(청각장애가 없는 사람·농인의 반대말)의 문화는 굉장히 다른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주성농인교회에서 만난 이용우 집사. 최은희 인턴기자

농인은 바뀌는 사회 인식이 반갑다고 말합니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 주성농인교회에서 만난 이용우 집사는 “과거에는 수어를 쓰면 무시당했는데 지금은 농인을 차별하는 시선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수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현상이 반갑다”며 “많은 이와 함께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수어는 또 다른 언어입니다”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한 농인이 전한 말입니다. 모두의 언어는 아니지만, 모두를 위한 언어인 수어. 특별한 소통을 위해 수어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hoeun2311@kukinews.com
영상제작=박시온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