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도 등 돌리나…"文 믿고 무주택 살다 노예 전락" 40대의 분노

"많은 세금 냈는데 신혼희망타운, 생애최초 뿐" 靑 청원
누리꾼 "근로소득으로 살 수 없는 현실에 좌절 공감"

기사승인 2021-05-07 14:52:47
- + 인쇄
집토끼도 등 돌리나…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20·30대 표심이 지난 재보선에서 돌아섰고 집토끼라던 40대의 마음도 부동산 문제로 떠나고 있다. 자녀가 학령기에 접어드는 40대부터는 자녀 양육과 교육비, 노후대비, 세금까지 필요한 자금이 만만치 않아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이같은 고충에 귀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일 '40대 전세살이들은 이 나라의 국민도 아닌 애만 낳고 사교육비로 집 한 채 없이 쫓겨다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0대 중반 부부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문재인 정부를 좋아하고, 김어준을 좋아하는 남편은 정권을 믿고 무주택으로 살면서 애가 둘이고 무주택 점수도 있으니 청약을 하자며 몇 년째 전세를 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청원인에 따르면 최근 집주인에게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3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이는 임대차 계약을 1회 연장할 수 있게 하되 보증금 상승률은 5% 이내로 제한시킨 법이다. 

그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쓴다고 하니 집주인은 2억원을 올려주던가 나가라고 했다"면서 "아이들이 둘 다 초등학생이라 이곳에서 더 살아야만 하기에 (집주인이) 이곳에서 사실 거냐고 물어보지도 못했다. 집주인은 당당하게 (전셋값을) 올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에 물어보니 주인은 자신이 들어온다고 거짓말하고 세입자 들여도 전세를 1억 더 올려서 3억을 버는 게 이익이기 때문에 손해배상비용 1500만원은 돈도 아니라서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는 게 이익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청원인은 "손해배상청구 해라? 정부는 소시민이 그것도 임차인이 맞벌이하는 부부가 손해배상 청구를 과연 2년 뒤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청원인은 "제가 느끼는 좌절감은 정말 이러다가 자살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라며 "생후 100일에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고 맞벌이하면서 열심히 10년을 모아도 어제 대출받아서 집 산 사람이 1억원씩 오르는 이 서울 집값에 편승하지 못한 저희가 바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집을 사려고 하는 무주택자는 대출을 풀어줘야 한다"며 "아이 낳고 사교육비 들이며 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세대에게 고작 한다는 청약제도가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 생애최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집값 폭등으로 모든 세대가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가 신혼부부, 생애최초 등을 대상으로 특별공급을 확대하자 역차별이라는 비판으로 보인다. 

그는 "정부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 나라의 세금을 떠받치고 있는 40대, 50대 그리고 4년 전 문재인 정부를 믿고 뽑아준 세대에게 이러셔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맞벌이로 초중고 학생들을 키우고 세금을 내고 있는 (40대) 무주택자들이 신혼부부 집주인에게 전세를 살면서 (청약) 점수를 쌓으라는 것이냐, 아니면 경기도로 떠나 1시간 반 거리 출퇴근을 하라는 거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집토끼도 등 돌리나…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청원인은 "청약제도를 신혼들과 생애최초들에게 느끼는 좌절감과 사회로부터 배제된다는 마음에 들지 않게 개선해 달라"며 "지금까지 소외된 40대들을 생각하시고 정책을 만드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이 불바다 같은 주택시장에 편승하지 못한, 기회를 못 탄 사람들이 이 나라에 세금만 내는 노동자, 노예로 전락하게 만드는 것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12시30분 기준 2620명의 동의를 얻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청원 내용에 크게 공감했다.

한 누리꾼은 "(문 정권 지지층인) 40대는 바보 같다. 지지는 다 해주고 세금은 다 내고 받는 것은 없다. '아이 키워라' '학원비 내라' '대출 갚아라' 등으로 죽을 맛인데 혜택은 하나도 없다. 열심히 벌어 세금 내는 바보들이다"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같은 무주택 40대로 너무 공감 가는 글이다"라면서 "근로소득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대한민국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실제 부동산 문제는 40대 민심을 흔들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4일과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긍정 평가는 34%, 부정 평가는 58%로 나타났다. 

40대 부정 평가 비율(49%)은 긍정 평가(46%)를 앞섰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23%로 가장 높았다. 

앞서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4월 4주차(4월20일~30일) 주간 집계 결과에 따르면 현 정권에 대한 40대 부정 평가 비율은 전주 49.4%에서 6.6%포인트나 오른 56.0%를 기록, 절반을 넘어섰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역시 2.9%포인트 하락한 27.8%를 기록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0.8%포인트 하락한 33.0%(매우 잘함 17.3%, 잘하는 편 15.7%)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