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이건 내가 어지른 게 아닌데..?’ 자취방이 털렸다면

한성주 / 기사승인 : 2021-06-06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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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다 알고 왔다. 좋은 말로 할 때 나와라.” 대학교 앞 원룸촌에 거주하는 기자는 자취방에서 이질감이 느껴질 때마다 이렇게 외친다. 침대 밑이나 옷장에 숨어있을지 모를 좀도둑에게 도망갈 기회를 주는 것이다. 만약 실제로 누군가 숨어있었다면 기자는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취방에 낯선 이가 침입한 흔적이 보인다면, 대화를 시도하지 말고 다음의 매뉴얼에 따라 대처하자.


1. “경찰관님, 제 방이 털린 것 같아요!”

112로 전화를 걸어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한다. 침입자가 집에서 빠져나갔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섣불리 자취방에 들어가지 말자. 신고 후 건물 관리사무실이나, 가까운 편의점에서 기다리다가 경찰관과 함께 현장에 진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2. “원래도 어질러져 있었지만, 이번엔 느낌이 다릅니다”
경찰관이 도착하면, 도둑의 자취를 포착하기 위한 사전 조사가 시작된다. 우선 집에서 없어진 물건이 있는지 파악한다. 건물 안팎 CCTV를 돌려보며 거주자가 아닌 사람의 건물 출입 여부도 확인한다. 없어진 물건이 없고, CCTV 기록에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보이지 않으면 상황은 종료된다. 경찰관은 방범진단을 진행하고 철수한다. 방범창, 현관문과 창문의 잠금장치, 건물 내 CCTV 시야 조정 등 방범을 위해 보강할 사안을 안내받을 수 있다.

3. “좀도둑 흔적, 경찰서에 기록해주마”
누군가 침입한 정황이 확인되면, 경찰관과 함께 순찰차를 타고 가까운 지구대로 이동한다. 신분증, 핸드폰, 집에 돌아올 차비를 챙기자. 지구대에서는 신원 확인 후 진술 조사가 이뤄진다. 육하원칙에 따라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하면, 사건이 접수돼 수사가 시작된다.

반드시 곧바로 경찰관과 동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을 조율해 진술 조사일을 정하고, 혼자 지구대에 방문해도 된다.

4. “지금부터 그 카드는 제가 긁은 게 아닙니다”
집에 돌아오면 도난당한 금품에 대한 사후조치를 서두르자. 부지런히 움직일수록 추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통장, 카드, 신분증 등의 분실신고와 재발급은 '[이생안망] 내 지갑이 사라졌다'멘붕' 당신이 먼저 할 일은?' 기사의 설명대로 따라 하면 된다.

안타깝지만, 도둑맞은 물건은 속수무책이다. 경찰의 역할은 수사와 검거까지다. 도둑이 잡혀도, 그가 훔쳐 간 금품을 모두 거래해 버렸다면 피해자의 피해보전 가능성은 미지수다. 

자취방에 가입된 화재보험을 확인해보자. ‘도난 특약’이 포함됐다면 보험사를 통해 피해보전을 받을 수 있다. 도난 특약은 도둑이 훔쳐간 물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별계약이다. 경찰서에서 사건접수번호를 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면 사건 종결 후 보험금이 지급된다.

5. “수사관님, 그 좀도둑 정체는 언제쯤 알 수 있을까요?”
사건이 접수되면 경찰서에서 수사 진행 상황을 문자 메시지로 알려 준다. 피해자가 원하면 담당 수사관과 통화하며 궁금한 점을 직접 질문할 수 있다. 법무부 형사사법포털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건조회안내’ 서비스를 이용해도 된다. 

tip. “좀도둑 아니라, 몰카범이었으면 어쩌죠”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서 불법촬영기기(몰카) 탐지를 지원한다. 진술 조사를 하면서 몰카탐지를 요청하면, 경찰관이 전문 장비를 활용해 집을 탐색해준다.

누군가의 침입 흔적이 없어 사건이 접수되지 않더라도 몰카탐지는 지원된다. 집에 들어왔던 손님이 의심스럽거나, 입주할 자취방에 몰카가 있을까 걱정되는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는 긴급상황이 아니니 112번 말고 182번으로 전화하자.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몰카 탐지기를 무상으로 대여하는 사업을 운영한다. 하지만 대여 대상은 상가나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사설 운영자다. 자취방이 속한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몰카 탐지기 대여 사업 운영 여부와 대여 자격을 확인해보자. 

“엄마 아빠 보고싶고 자취방 들어가기 무서워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면 주변에 소문을 내자. 충격적인 경험을 애써 외면하고 덮어두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악화할 수 있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언어로 표현하는 활동은 심리상태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가족과 친구들의 걱정과 위로도 정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만약 1개월이 지나도 불안과 공포가 지속된다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법무부가 운영하는 범죄피해자 심리지원 전문기관 ‘스마일센터’는 24시간 전화 상담과 접수를 받고 있다. 심리상담, 회복프로그램, 전문의 진료, 약물치료 등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범죄피해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강력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으로 이용대상이 한정된다.

취재도움=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과·여성청소년과,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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