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청년 기본대출, 약이 아니라 독”[들어봤더니]

김동운 / 기사승인 : 2021-06-18 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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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인터뷰…“금융정책 ‘포퓰리즘’ 심각” 비판
청년세대 대출소외 현상에 “대안신용평가모델 개발 지원해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사진=김동운 기자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교통수단으로 비유를 하자면 당국과 정치인들은 자가용을 타지만, 서민들은 대중교통을 타는 사람들이에요. 자가용을 타는 사람들이 버스, 지하철 관련 정책을 만들고 있으니 제대로 만들어 지겠습니까?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표만을 의식한 정책은 서민을 두 번 죽이는 정책입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청년 기본대출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것”이라며 “최근 정치권에서 금융을 가지고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대출절벽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민금융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조성목 원장은 금융감독원에서 서민금융지원금 선임국장과 금감원 국장조사역 등 실무직을 맡아온 서민금융전문가다. 특히 ‘2002년 신용카드 대란’, ‘2011년 저축은행 대란’ 등 거대 금융사고를 수습하고 해결하는데 기여했다. 현재는 서민금융연구원의 원장과 한국FPSB 부회장 직을 맡고 있다.

쿠키뉴스는 17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과 만나 최근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서민금융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당장 다음달로 다가왔다. 서민금융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약 20년 전 대부업법이 만들어진 뒤, 실패한 일본 사금융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금리를 낮추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논리로 지금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은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정책만 밀어붙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만 해도 같은 이치 아니겠는가. 강력한 규제만 진행하고 공급은 늘리지 않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실제 서민들이 누리는 금리가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물론 혜택을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법사금융으로 가는 사람들의 피해가 더 크다. 현재 금리 인하로 제도권 금융서 이탈될 저신용자들이 최소 10만에서 20만명으로 추정 된다. 이들은 20%가 아니라, 200%, 심한 경우 수천%의 이자에 시달리게 된다. 

금리를 낮출 때 마다 굳이 국회가 나서는 것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금리 변동 시기를 보면 정권이 변할때다. 왜 굳이 법안(대부업법 개정안 등)을 건드는가. 시행령을 통해 (금융당국에서) 변경하면 될 것을 굳이 국회가 법안 개정을 통해 금리를 낮추려고 하는가. 이건 정치적인 쇼라고 본다. 

최고금리 인하는 정치적인 제스처로 사용해선 안된다. 생겨날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철저한 토론이나 연구, 공감대 형성이 기반되야 한다. 서민들을 보호하는 것처럼 포장해선 안 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주창한 기본대출에 대해 조성목 원장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기본대출을 비롯해 기본금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어떻게 바라보는지

▶본금융 중 ‘기본소득’이나 ‘기본주택’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일정부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다만 기본금융, 기본대출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생각해서도 안되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정치권에서 복지와 금융을 혼동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대출이 뭔지 먼저 짚어보자. 대출이란 차주의 상환능력, 대출 접근 가능성(신용점수) 등을 따져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상환가능성을 간과한 채 나이만 충족하면 무조건 빌려준다는 것은 누구에게든지 저금리 대출을 쓰라고 유도하는 것이다. 이건 기본대출이 아니라 ‘누구나 대출’이다. 

지금 기본대출 수혜자가 400만이라고 한다. 만약 이들 중 상환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에게 대출이 나가고 빚을 못갚는다면 경제적인 전과자라 할 수 있는 금융채무불이행자, 신용불량자들이 속출하게 된다. 이들은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발을 붙일 수 없게 되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사회초년생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실행한 정책이 오히려 독이 돼 엄청난 피해자들을 양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신용카드 대란, 저축은행 사태들은 기본적으로 상환능력이 안되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줬기 때문에 생긴 대형 금융사고다. 그걸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하더라도 막아야 할 판국인데, 정치권에서 오히려 장려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차라리 성실하지만 불운한 청년, 일을 하고 있지만 힘든 청년세대들에게 정부의 세금으로 창업지원을 해주는 것이 낫지, 대출로 포장된 복지는 아주 위험하다.

-당·정에서 3분기 신용카드 소비금액의 10%를 캐시백해준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02년도에 일어난 신용카드 대란이 왜 생겼는지를 되짚어 보자. 신용카드 대란은 외환위기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자 정부가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신용카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소비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신용카드 정보도 업체간 공유도 안되는 상태서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다 보니 사태가 터졌다.

그 결과 400만에 달하는 신용불량자가 발생했다. 사실상 정부가 신용불량자들을 양성한 것이다. 소비를 진작시켜서 기업은 살렸을지언정, 개인들은 빚쟁이로 전락해 지금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카드는 ‘빚’이다. 지금 당정에서 추진한다는 ‘신용카드 캐시백’은 ‘빚 장려금’을 주겠다는 것과 같다. 결국은 제 2의 신용카드 대란 내지 신용사회 붕괴 우려가 있다고 본다. 

물론 3분기에 한정한다고 하지만 재난지원금은 1차를 넘어 2차, 3차, 4차까지 나오지 않았는가.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이 실행된다면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정치적 카드’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빚을 지우는 것을 장려해선 안 된다.

또 하나 덧붙이면 카드사들이 캐시백하는 것은 철저히 단속하면서, 정부에서 나서서 지원하겠다는건 무슨소리인지 모르겠다.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차라리 정부에서 나서기 보다 카드사가 재정 범위 내에서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주게끔 풀어주는 것이 백배 낫다. 

조성목 원장은 청년세대 대출 문제를 '대안신용평가'로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김동운 기자

-그렇다면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어떤 관점에서 서민금융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보는가.

▶지금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당장 민심만 얻고 보자는 ‘포퓰리즘’이 문제라고 본다. 이들은 5년 뒤, 10년 뒤의 미래를 보고 있지 않다. 물론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금융 정책의 부작용을 모르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일개 시민단체들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설령 모르겠는가.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청년과 서민들에게 고기를 잡는 저수지를 알려주고, 낚싯대를 쥐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청년들에게 누구나 심사없이 돈을 빌려준다는 것은 독뭍은 고기를 입에 넣어주는 것과 같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좋은 일자리 창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 대한 지원, 민간 금융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기본금융의 화두가 떨어진 만큼 앞으로도 이같은 정책들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누구에게나 지원하는 것은 금융이 아니라 복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 가지 제언을 하자면, 청년세대를 위한 금융은 ‘대안신용평가’에 답이 있다고 본다. 기본대출은 청년들이 금융신용정보가 없어 대출받을 곳이 없다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기본대출 대신 대안신용평가제도를 도입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 빵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6개월, 1년을 이야기해도 설득이 안된다. 금리가 높더라도 빌리고자 하는 수요를 막을 수는 없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없다. 시장을 짓눌러서 정책을 관철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다른 부분에서 부작용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정부가 수요와 공급 법칙을 명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융정책을 펴주길 바란다.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