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위탁의료기관 업무량 급증… “항의 전화 힘들다” 하소연

노상우 / 기사승인 : 2021-06-24 02: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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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현장 인력 열악한 처우, 노동 강도, 심리적인 사항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나서겠다”

위탁의료기관에서 백신 접종 맞는 모습. 2021.06.10.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담당하고 있는 위탁의료기관 근무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의료기관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위탁의료기관에서 먼저 알고 있어야 할 정보를 뉴스를 통해 접하고, 해당 사안을 확인하기 위해 보건소에 문의하면 ‘아직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없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고 밝혔다.

잔여 백신과 관련해서도 미리 잔여백신 신청 명단을 받아 시행했던 것에서 네이버·카카오톡 등 SNS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혼란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제대로 된 메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하루가 다르게 방식이 바뀌다 보니, 실수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위탁의료기관이 대부분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인 만큼 직원 수도 1~2명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청원인은 “백신 접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자들의 진료도 함께 해야 하는 상황에 직원들의 업무량이 점점 벅찰 따름이다. 최근 백신 수량이 부족해 사전예약자들을 취소하는 과정에서도 그에 따른 항의 전화가 저희의 몫이라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위탁의료기관 선정과정에 직원 수, 병원 상황 등을 고려해 선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주 6일제에 제대로 된 휴가도 없는 동네 의원에 2차 접종 기간이 겹치면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게 되는 병원도 있을 것이라며, 의료기관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백신 접종에 대한 체계가 불명확해 위탁의료기관으로 오는 항의 전화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직원들은 환자들의 항의 전화와 업무 과중 등으로 인해 이탈하는 직원도 많고, 불만도 점점 쌓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잔여 백신 처리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규정을 정하다 보니, 놓친 부분이 많았다. 추후 변경되긴 했으나,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해 지침을 내렸어야 한다”며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의원급 의료기관은 질병관리청의 산하 행정기관이 아니다”라며 “급할 때는 이렇게 하라고 하고, 나중에는 안된다고 하면 환자들로부터 항의는 의원에서 다 처리하게 된다. 의원급 의료기관에도 자율성을 주고 융통성 있게 백신 접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정부는 4월19일부터 5월8일 조기 접종 위탁의료기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1차 접종을 한 76만명에 대해 2차 접종을 화이자 백신으로 교차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교차 접종 대상은 방문 돌봄 종사자, 의원 및 약국 종사자, 사회필수인력 등이다. 이렇게 된 주된 이유는 2차 접종에 활용할 계획이던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국내 도입 시기가 미뤄져서다. 당국은 해외 연구 결과에서 접종 간격보다 늦게 2차 접종하는 지연접종보다 교차 접종이 효과적이고 안정성도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앞서 교차 접종은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이제 교차 접종을 해야 한다고 하니 믿음이 가지 않는다”며 “명확한 의학적 근거가 없다면, 환자에게 설명하기도 어렵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의원에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니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료인력들의 열악한 처우 등에 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번아웃이나 열악한 처우 개선과 관련해 현장에서 이야기들이 있다.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 등을 통해 개선 방안들을 마련하고 현장에 안내하고 있다”면서 “보건의료노조 등과도 계속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고 있고, 예방접종이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들을 고려해서 현장 인력들의 열악한 처우, 노동 강도, 심리적인 사항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