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물 붕괴사고…발생 원인부터 대처까지 ‘악습 무한반복’

안세진 / 기사승인 : 2021-06-25 0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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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중인 아파트 모습.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달라진 바가 없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광주 건물 붕괴 사고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건물 붕괴사고는 매년 일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처는 여전히 미흡한 데에 따른 푸념이다. 매번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사후약방문’식의 법안 개정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여전히 찾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사고 발생 원인부터 대처까지…‘데칼코마니’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벌어진 이번 참사는 여러모로 2년 전 서울 잠원동 사고를 닮아 있다. 사고 발생 원인부터 추후 대응까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앞서 2019년 7월 4일 잠원동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건물(지상 5층·지하 1층)이 붕괴하면서 30톤가량의 잔해물이 인근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들을 덮쳐 1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서울시는 같은 해 건축물 해체공사 안전관리 매뉴얼을 마련하면서 잠원동 사고의 원인으로 ▲잭서포트(지지대) 보강 미흡 ▲해체계획서 미준수를 지목했다. 법원 역시 철거업체 관리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작업계획서를 무시하고 철거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해 피해자를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해 건축물관리법이 제정됐다. 이에 따라 건축주는 안전관리 계획 등을 담은 해체계획서를 공사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 또 허가 신청에 앞서 해체계획서를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자 ▲기술사사무소 개설등록자 ▲안전진단전문기관으로부터 검토 받아야 한다.

법이 제정된 지 1년 뒤 사실상 같은 사고가 최근 다시 발생했다. 지난 9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부지에서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던 건물이 붕괴됐다. 5층 높이의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인근 도로를 덮쳤고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 아래에 깔렸다. 사고로 버스 승객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하고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사고 대응 과정도 비슷하다. 노동청은 건물 해체작업계획서 내용대로 해체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원청) 현장소장, 한솔기업(하청) 현장소장, 백솔건설(재하청) 대표이사 및 각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특별감독 결과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49건이 적발됐다. 노동청은 이번 적발된 49건 중에서 38건에 대해서는 범죄인지하여 추가 수사하고, 11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 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마련된 건축물관리법의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해체공사 관련 전문가만 해체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범위를 정하고, 안전관리대책과 해체감리업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은 자에 대해선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안전관리대책과 해체감리업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아 위험을 발생하게 한 자에 대해 3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과 3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건축물 해체 공사 기간 동안 현장에 감리원을 항시 두도록 하는 ‘상주 감리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현장에서 국과수와 경찰 등 합동 감식반이 사고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도급 문제제기와 중대재해법까지…이번엔 다를까

국내 10대 건설사 중 하나인 대규모 시공사가 관리하는 사업에서 이 같은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적어도 당장 내년 1월에 도입될 예정인 중대재해법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총수에게 징역1년 이상·10억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이 법을 두고 업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총수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하도급과 관련한 안전관리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통상 건설 작업은 결과물이 남을뿐더러 사회적 인식이 강해진 만큼 안전 절차를 준수하지만, 철거는 아직까지 그렇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공사기한에 쫓기다 보면 고질적 하도급 문제도 등장한다. 1차 하청업체가 다른 업체에 재하청을 주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현장에선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도급 단계를 거칠수록 공사비용이 내려가 영세업체로서는 전문 인력을 충분히 고용할 만한 여력이 없는 경우도 생긴다. 이 과정에서 원청업체들은 자신들의 재해 발생 정도를 줄여 산재보험료를 감면받는 등 이윤을 남길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중대재해법에 힘이 더욱 쏠리게 됐다”며 “업계에서는 이를 반대할 명분이 사라진 것과 다름없어 안타까운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물을 짓는 부분에 있어선 안전관리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며 “다만 철거 과정에 있어선 사회적 시선이 덜할뿐더러 시간적 여유도 제일 부족한지라 안전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진 않는 거 같다”고 말했다.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