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제8일의 밤’ 번민과 번뇌로 가득한 그들이 사는 세상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07-08 06: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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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8일의 밤'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처절하고 공허하다. 곳곳에서 괴사체가 나타난다. 정체 모를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를 막아야 한다. 힌트는 있지만 방법을 아는 건 한 사람뿐이다. 그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봐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영화의 정체마저 잘 알 수가 없다.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감독 김태형)은 하나의 전설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2500년 전 부처가 지옥문을 열려고 했던 요괴를 붉은 눈과 검은 눈으로 나눠 가둬버렸다는 전설이다. 봉인된 두 개의 눈 중 붉은 눈은 붉은 달이 뜨는 밤 풀려난다. 붉은 눈이 7개의 징검다리를 밟고 검은 눈을 찾아가 하나가 되면, 고통과 어둠만이 존재하는 지옥의 세상이 된다. 2년 동안 묵언 수행 중인 청석(남다름)과 세상을 등진 전직 승려 선화(이성민)는 붉은 눈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친다.

불교 오컬트 장르를 그럴 듯하게 구현했다. 가상의 전설을 창작한 것이나 인물들에게 아픈 사연을 준 것을 지켜보면, ‘제8일의 밤’이 번민과 번뇌를 그리기 위해 지독한 인간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화 전반에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불교의 그림자가 녹아있다.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는 이들이 스스로를 직시하고 한층 성장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썩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컬트 장르와 닿으며 어둡고 묵직한 스타일을 구축한다.

넷플릭스 '제8일의 밤' 스틸컷

‘제8일의 밤’은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어디에서 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적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잘못을 저지르거나 무언가를 욕망하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인물들은 갑자기 나타난 사건을 억지로 떠안는다.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보다 왜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고민을 해도 특별히 얻는 건 없다. 그저 사건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뿐이다. 얻는 것 없이 스스로의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연이어 죽는 것에 영화는 큰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세상이 지옥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그들이 죽는 건 마치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일이었다는 것 같은 태도다. 누군가 이유도 모르고 죽었다는 분노와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등 인간 본연의 감정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영화다.

‘제8일의 밤’이 보여주는 몇 가지 차별점은 그대로 영화의 단점이 된다. 앞으로 달려가는 힘과 속도가 좋지만, 달려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영화가 끝나고 사건이 일단락돼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다. 갈수록 긴장감이 사라지고 그들만의 세계가 공고해진다. 일이 잘못되면 정말 지옥이 펼쳐지는지도 알 수 없다.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선화의 번뇌를 표현하는 배우 이성민의 표정 연기는 작품의 주제를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장르와 소재를 생각하면 영화 ‘사바하’가 떠오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크게 다르다.

지난 2일 넷플릭스 공개. 15세 이상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