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어서 와, 난폭한 B급 DC는 처음이지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08-04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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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일단 시작부터 죽인(?)다. 수감자 사망률 1위 교도소 벨 리브에 감금된 슈퍼 빌런들은 10년을 감형해준다는 말에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기로 결심한다. 비장한 음악과 화려한 소개, 멋진 등장으로 나타난 이들은 누가 봐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캐릭터가 이제 막 눈에 들어오면, 즉 영화 시작 10분도 되지 않아 이들은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난다. 이게 뭔가 싶을 때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니까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감독 제임스 건)는 누군가에겐 ‘자살 행위’인 일을 익숙하게 수행하는 자살 특공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태평양 섬나라 코르토 몰티즈의 요툰하임에 잠입해 거대한 스타피시의 흔적을 없애는 것. 우여곡절 끝에 스타피시를 마주한 슈퍼 빌런들은 이 임무에 커다란 비밀이 숨어있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머릿속에 심어진 폭탄을 담보로 어떤 선택을 할지 강요받는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태생부터 남다르다. 혹평 속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DC 코믹스의 대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부활시키는 미션이 제임스 건 감독에게 주어진 것. 이전과 같은 제목과 콘셉트, 겹치는 캐릭터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만든 제임스 건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존 제목에 ‘더’를 추가했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시리즈의 새 시작을 알리기로 했. 괴팍한 농담 같은 오프닝 장면은 기존의 나를 죽이고 새로운 나를 만드는 영화의 운명을 상징한다. 질주하는 이야기는 난폭하고 더럽고 피 튀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독한 이야기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무엇이 DC 코믹스다운 것인가 하는 질문과 답변을 동시에 던진다. 놀랍게도 이 두 가지가 한 편의 영화에서 구현됐다.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재미와 DC 세계관 기반 시리즈의 새로운 정체성을 모두 담아냈다. 그러기 위해 엄숙하고 진지하면서 재미없는 기존 DCEU(DC Extended Universe, DC 확장 유니버스)와 선을 그었다. 대신 재기발랄하고 어이없으면서 재미있는 영화가 됐다. 이것이 옳은 변화인지는 개봉 후 전 세계 관객들의 반응이 말해주지 않을까.

수많은 액션과 B급 유머, 잔인한 19금 장면으로 가득한 영화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수위다. 스크린을 뒤덮는 폭력적인 장면 끝에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제시하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마블 영화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히어로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다툼을 보여주며 무대를 만화에서 현실로 끌어왔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가치관 차이로 고민하고 서로 싸우는 인물들을 그린다. 영화 속 빌런을 무찌르는 과정은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한다. 악당 같은 인물들이 더 나쁜 악당과 싸워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장면들이 유독 눈에 띈다. DC 영화의 밝은 미래를 잠깐 엿보는 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감독의 비쥬류 감성과 극적인 변화는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면이 많다. DC 코믹스는 변화를 위해 마블 영화를 여러 편 연출한 감독에게 각본, 연출, 편집 전권을 위임했다. 과감한 결정은 전에 없던 독특한 DC 영화를 낳았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앞으로 펼쳐질 DC 영화 전성기의 예고편일지도 모른다. 전작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할리퀸(마고 로비)을 다루는 태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눈여겨보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다.

4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