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좋은 사람’ 가려진 진실, 당신은 누굴 믿겠습니까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08-27 06: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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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좋은 사람'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둘 중 하나다. 딸아이의 잘못으로 벌어진 돌발사고, 아니면 원한으로 인한 악의적 보복 범죄. 진실은 당장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아야 하는 한 남자는 이리저리 휘둘린다. 두 가지 모두 충분히 벌어질 수 있기에 무엇도 선택하기 어렵다. 안개에 가려진 막막한 길에 뛰어든 이 남자는 과연 ‘좋은 사람’일까.

영화 ‘좋은 사람’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혼란에 빠진 평범한 고등학교 선생 경석(김태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반에서 발생한 지갑 도난 사건이 시작이었다. 같은 반 학생 세익(이효제)이 범인으로 지목되지만, 경석은 억울해하는 그에게 진실을 말할 기회를 준다. 같은 날 밤 경석은 학교에 데려온 딸 윤희(박채은)의 교통사고를 마주하게 된다. 윤희를 친 트럭 주인 형섭(김종구)은 범인으로 세익을 지목한다.

뛰어난 몰입감이 압권이다. 우리 일상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경석의 시선으로 보면, 엄청난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영화가 주는 정보를 경석과 함께 하나씩 알아갈 뿐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눈앞에 가까워진 것 같은 진실은 어느새 다시 멀어진다. 바쁘게 움직이는 경석에게 집중하다보면 사건에 깊숙이 빠진다. 모든 인물과 모든 상황이 납득 가도록 구성한 이야기의 탄탄함이 장점이다.

영화 '좋은 사람' 스틸컷

제목인 ‘좋은 사람’은 든든한 영화의 동반자이자, 가장 큰 방해물이다. 제목을 떠올리며 영화를 보면, 사건에서 한발 떨어져 전체를 조망하는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네 글자 짧은 제목은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고 진실을 알게 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힘이 있다. 반대로 제목과 관계없이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흥미로운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다른 제목이면 이야기의 매력이 더 잘 드러났을지 모른다. 제목으로 인해 발생하는 균열과 고민이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믿음과 의심에 관한 이야기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영화다. 새로운 주제로 한눈 팔지 않고, 처음 설정한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한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일상 서스펜스의 매력이 가득하다.

다음달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