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사막에서 펼쳐지는 우주 전쟁, 그 속에서 성장하는 예언자 소년 [쿡리뷰]

이준범 / 기사승인 : 2021-10-15 06: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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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듄'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꿈을 꾸는 소년이 있다. 소년은 꿈에서 사막에 사는 낯선 소녀를 반복해서 만난다. 스스로도 자신의 꿈이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하지만 꿈 얘기에 집중할 여유는 없다. 그의 가문은 황제의 명을 받아 새로운 땅을 다스리게 된다. 꿈에서 본 사막의 땅이다.

영화 ‘듄’(감독 드니 빌뇌브)은 새로운 우주 사회가 정립된 지 1만191년 후 미래를 배경으로 모래 행성 아라키스에서 벌이는 두 가문의 전쟁을 그린 영화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티모시 샬라메)은 매일 같은 소녀를 아라키스에서 만나는 꿈을 꾸고 그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원수인 하코넨 가문이 점령하던 아르키스를 통치하게 되고 그곳으로 향한다.

첫 번째 파트로 제작된 ‘듄’은 원작의 일부 내용을 다룬다. 영화 ‘스타워즈’부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일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게임 ‘스타크래프트’ 등 여러 작품에 영향을 미친 원작 세계관을 친절하고 쉽게 소개하는 역할을 하는 영화다. 그렇다고 설명만 하다가 끝나진 않는다. ‘듄’의 세계가 진행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필요한 이야기를 그때그때 전하는 방식이다. 주인공 폴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과 가문, 국가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 모든 인물과 집단, 공간과 세계관 설정이 탄탄하고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깊게 몰입할 수 있다. 1시간 넘는 분량을 촬영한 아이맥스 영상과 지구에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려고 한 한스 짐머의 음악이 몰입을 돕는다.

영화 '듄' 스틸컷

인간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거나, 엄청난 음모나 모험을 다룬 영화는 아니다. 어떤 가치를 중시하고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 보여주는 묵직하고 우아한 이야기다. 크게 보면 아트레이데스 가문과 하코넨 가문의 갈등, 가문의 미래이자 예언자로 지목된 폴의 성장담이 중심이다. 자세히 보면 다양한 이야기가 얽혀있다. AI와 컴퓨터가 사라진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중요한 물질인 스파이스를 보는 시선 차이, 아라키스에서 쫓겨나 지하체서 거주하는 원주민 프레멘과 그들이 믿는 예언, 사막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거대 생물 모래벌레 등 ‘듄’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소는 폴을 시험하고 성장하게 한다.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인 관객 역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동시에 ‘듄’의 세계에선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155분 러닝 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꽉 채운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이 놀랍다. 유명 원작을 영상화한 평범한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감독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듄’의 색깔을 살려냈다. 감독의 전작 ‘블레이드 러너 2049’에 실망한 관객도 다시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폴을 연기한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와 존재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할리우드에서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약 중인 여러 배우가 출연해 모두 제 몫을 해낸다. 이미 개봉한 다른 국가에서 모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현재까지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일 개봉. 12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