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사계절에서 가을 탈퇴한다며?” 사라진 날씨를 찾습니다 

이소연 / 기사승인 : 2021-10-18 13: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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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합정역 사거리에서 두꺼운 옷차림을 한 채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때 이른 한파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트렌치코트 대신 눈물을 머금고 패딩을 꺼낸 당신. 슬퍼하기에는 이르다. 가을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18일 오전 전국 최저 기온은 영하 4도에서 영상 5도를 기록했다. 경북 상주, 경남 의령, 전북 군산·순창, 전남 해남 등 남부지방에서는 10월 중순 최저기온 극값을 경신하는 지역이 나타났다. 대구와 전북 전주에서는 얼음도 첫 관측 됐다. 평년보다는 각각 21일, 23일 빨랐다.

전날인 17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서울의 아침 기온은 1.3도로 6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에 시민들의 옷차림도 180도 바뀌었다. 지난주 거리에서 반팔을 입은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13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25.2도에 달했다. 18일 출근길에는 두꺼운 코트 또는 바람막이, 패딩으로 중무장한 행렬이 이어졌다.

온라인에서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반팔을 입었는데 이번 주에는 패딩을 꺼냈다” “도대체 가을은 어디 간 거냐” “가을옷 한 번 입었는데 옷장에 그냥 넣었다” “그룹 사계절에서 인기 멤버 가을이 탈퇴했다” 등 사라진 가을 날씨를 푸념했다. 

가을이 사라진 듯 기습 한파에 10월 중순 휴일의 산행 길은 상고대가 피고 바위 틈 곳곳에 고드름이 달려 한겨울 풍경을 연출했다.   이영수 기자 

갑작스럽게 추위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기상청에 따르면 시베리아 인근에서 출발한 영하 25도 이하의 찬 공기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대륙에서 찬 성질의 고기압이 확장된 영향도 있다. 

앞서 더운 공기를 가진 아열대고압부로 인해 북쪽에 쌓인 찬 공기들이 한반도로 내려오지 못했다. 찬 공기는 시베리아와 몽골 부근에 차곡차곡 쌓였다. 지난 14일 태풍 ‘곤파스’가 발달, 베트남 쪽으로 이동하면서 아열대고기압이 약화됐다. 이에 뭉쳐있던 찬 공기가 한꺼번에 남하하면서 한반도에 때 이른 한파가 나타났다. 

추위는 오는 20일 다시 한 번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앞선 한파와는 다르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찬 공기가 지난번처럼 쌓여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기온은 내려가겠지만 지난번처럼 한파특보가 내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서울 기준, 오는 24일에는 평년과 같은 가을 날씨를 회복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30년과 과거 30년 계절 길이 변화 추세. 기상청 

다만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기상청이 우리나라 과거(1912~2020년) 기후 변화 추세를 분석한 결과, 최근 30년(1991~2020) 가을의 길이는 평균 69일로 사계절 중 가장 짧았다. 과거 30년(1912~1940) 가을은 평균 73일이었다. 과거 30년 봄(85일), 여름(98일), 가을(73일), 겨울(109일)의 비중은 각각 20%대였다. 최근 30년 여름은 사계절 중 118일로 가장 길었다. 비중도 32.3%로 늘었다.

최다솜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주무관은 “기후 변화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 여름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과거 가을이 9월 중에 시작됐다면 최근에는 9월 말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최 주무관은 “(이번 해에도) 9월에 무더운 날씨가 지속됐다. 기온만 봤을 때는 여름날씨였다”면서 “가을의 시작이 점차 느려지면서 계절 길이가 짧다는 것을 (시민들이) 체감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