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과 다름없다” 차별 해소 촉구한 공무직…공정 논란은 숙제로

이소연 / 기사승인 : 2021-11-04 0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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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3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직 차별 해소를 촉구했다.   사진=이소연 기자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무직 노동자들이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공정성 논란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공무직 차별해소 예산 편성 및 법제화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대노총 조합원을 비롯해 김주영·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공무직 법제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대노총은 “정부조직법과 지방자치법, 지방교육자치법 등을 개정해 공무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에 ‘각 행정기관에 공무직 등 직원을 둔다’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양대노총은 “공무직은 정부와 지자체의 공식적인 직제에 편입되지 못해 차별과 처우개선은 늘 뒷전이었다”며 “공무직의 신분 보장을 위한 법제화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오는 2022년 공무직 예산을 공무원과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대노총은 공무원과 동일한 명절상여금(기본급의 60%, 연 2회), 가족수당(배우자 4만원, 가족 2만원) 등을 통해 임금차별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지난해 12월 “가족수당은 업무와 관계없이 부양가족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며 “실비변상적 항목인 명절상여금 또한 공무원과 다르게 지급받아야 하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시정을 권고했다.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만 시행은 요원하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공무직 노동자 차별해소와 처우개선을 위해 고용노동부 산하 공무직위원회를 설치, 운영해왔다. 지난 상반기 논의를 통해 직무와 무관한 수당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기로 했다. 그러나 2022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공무직의 명절상여금은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20만원 인상되는 것에 그쳤다. 

지난해 10월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원들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비정규직 법제화 및 코로나19 특별교섭 등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공무직들은 처우 개선을 강하게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박성환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지부장은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기뻤다”면서 “정규직 전환 후 첫 급여를 받고 나서 바뀐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생활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이상원 한국노총 공공연맹 상임부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작은정부’를 내세우며 공공부문 정규직 채용이 막혔다. 공무직을 뽑아 부족한 자리를 채웠다”며 “우리는 우리 위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무직은 ‘유령’과 다름없다”며 “내 옆자리에서 같이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가족수당을 주지만 내 가족은 받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헝가리 국빈 방문과 비세그라드 그룹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중앙부처와 공기업 등 853개 공공기관 비정규직 41만여명 중 상시·지속 업무를 담당하는 20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기준, 19만90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전환이 결정됐다. 이 중 14만여명은 기관에 직접 고용됐다. 4만9000여명은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됐다. 

전환 과정에서 마찰도 있었다. 기존 정규직 직원과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전환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서울교통공사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전환으로 인해 정규직 인원이 늘면서 신규 채용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비판도 일었다.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A씨(29)는 “공무직은 공무원처럼 시험을 쳐서 들어간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다르게 들어갔는데 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19년 7월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는 것을 동의하지만 공정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함께 있어야 한다”며 “비정규직을 일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해 일부 문제가 생겼다. 이를 방치하면 채용 관련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공무직과 공무원이 같은 기준으로 임금을 받게 된다면 절대적 평등에는 부합하나 반드시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수행 업무, 부담 책임 정도에 차이가 있다”며 “직무 대비 어느 정도의 임금이 적정한지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석과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직은 공무원과 달리 일반 계약관계”라며 “공무직이 법제화되면 경직적인 요소가 강화될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