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면책규정, ‘인천 흉기난동’ 재발 막을까…“훈련·교육 동반돼야”

정진용 / 기사승인 : 2021-11-30 15: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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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경찰관이 범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과실 등이 있더라도 형사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일각에서는 물리력 남용으로 인권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서영교)는 전체회의를 열어 현장 경찰의 면책규정을 담은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경찰관이 업무 중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구조하기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줬을 경우 그 직무수행이 불가피하고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형사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제해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게 유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5일 ‘인천 흉기난동 부실대응’ 논란 이후 경찰 면책 특권이 화두가 됐다. 현장에 출동한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순경은 피해자가 흉기에 찔리는 것을 보고도 현장을 이탈했다. 함께 나간 B경위는 빌라 내부로 진입했다가 1층으로 뛰어내려오는 A순경을 보고 함께 빌라 밖으로 나와 부실대응 비판이 거세졌다.

일선 경찰사이에서는 강력범죄 현장에서 물리적 대응을 하다가 민·형사상 소송을 당하는 등 ‘뒤탈’이 우려돼 현장에서 소극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3일 경찰 발표에 따르면 경찰관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소송을 당해 공무원 책임보험을 신청한 건수는 지난해 107건, 올해 1~10월 72건에 이른다.

시민단체는 형사책임 면책은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전날 논평을 내 “국회 행안위는 직무를 유기한 경찰을 비판하거나 책임을 묻기는커녕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인권침해 가능성이 큰 경찰의 숙원 법안을 처리해주었다”면서 “경찰의 직무집행은 물리적 폭력을 기반으로 하고 언제든지 남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식으로 처리 되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형사책임 감경·면책은 층간소음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참여연대는 “책임감면 조항이 없는 현재도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국민이 목숨까지 잃은 사례는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경찰의 능력 강화가 아닌 책임감면부터 논의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인천경찰청 홈페이지.

지난 6월 경찰이 폭행 시비를 벌이던 외국인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만삭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테이저건을 2차례 사용해 체포하는 사건이 있었다. 아내는 국민신문고에 “경찰이 남편을 과잉 진압했다”며 민원을 넣어 항의했다. 지난 2017년에는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하며 흉기를 휘두르던 40대가 상반신을 겨냥한 경찰 테이저건에 맞고 숨져 과잉대응 논란이 일었다. 

현장에 투입된 순경은 현장대응 교육이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순경은 정식 경찰공무원 임용 전인 시보 신분이었다. 중앙경찰학교에서 신임 순경 교육(4개월)과 현장 실습(4개월)을 마친 뒤 지난 4월 말 현장에 배치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삼단봉, 호신술, 전기충격기(테이저건) 등 교육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구대 경정은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순경의 경험 부족과 훈련 미흡”이라면서 “해당 순경의 경우 일단 현장에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칼을 들고 대치하거나, 칼을 들고 달려드는 범죄 현장을 처음 봤을 수 있을 수 있다. 직무 교육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다고 하지만 코로나19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그동안 공권력 권위가 약화되고 위축되는 고질적 문제가 있었다. 면책특권으로 경찰이 개인적으로 책임지는 것에 대한 부담 없이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인권침해 우려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훈련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곽 교수는 “현장에서 과잉 대응하지 않고 적법 절차에 따라 정당한 공무집행이 이뤄지게끔 여러 시나리오에 따른 맞춤형 훈련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중요한 것은 면책 특권이라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경찰 역량의 문제”라며 “경찰이 위급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