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 이중차별 ‘벽’ 넘자… 독자적 법률 제정 필요

“여성장애인, 장애라는 요소와 성 불평등으로 이중차별 받아”
대통령 소속 장애 여성 정책조정위원회 설치 등 제안

기사승인 2021-12-07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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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 이중차별 ‘벽’ 넘자… 독자적 법률 제정 필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애여성지원법제정추진연대가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여성지원법 제정 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신민경 인턴기자

여성장애인은 여성이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이중차별’을 당하고 있지만, 이들을 보호해줄 지원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장애계에 따르면 여성장애인은 고용‧교육 등 대부분 분야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 9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간한 ‘2021 장애통계연보’를 보면 교육수준이 고등학교 이상인 남성장애인 비율은 57.3%로 여성장애인의 29.9%보다 월등히 높았다. 성별에 따른 교육수준 격차가 2배가량 벌어진 것이다.

고용률에서도 큰 격차가 나타났다. 지난 5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20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5세 이상 장애인 고용률은 남성이 43.8%, 여성은 22.7%였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성별에 따른 고용률도 2배가량 차이 났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서 기인했다는 게 여성장애계의 설명이다. 문애준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가가 여성장애인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문 공동대표는 “현재 여성장애인 문제는 ‘핑퐁’의 대상이 됐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장애인 문제니까 보건복지부로 가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여성 문제니까 여가부로 가라는 식이다. 국가의 어느 주무 부처도 여성장애인 문제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성장애인의 독자적인 법률 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문 공동대표는 “여성장애인은 남성장애인보다 훨씬 못 배우고 사회 참여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빈곤에 시달리고 폭력에도 노출되는 등 모든 영역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이러한 여성장애인의 특수성은 남성장애인이 전부 대변하지 못한다. 여성장애인만의 독자적인 법률이 필수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러한 여성장애인의 목소리에 응답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 의원은 지난 2일 ‘장애여성지원법안’을 발의하며 여성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최 의원은 여성장애인이 이중적 차별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장애인은 교육‧고용‧모성을 비롯해 보호‧보육‧건강 등에서 남성장애인에 비해 불이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라는 요소와 성 불평등으로 인해 여성장애인은 교육, 고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중차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의 핵심은 여성장애인을 위한 교육‧보육‧고용 지원과 성폭력‧가정폭력 등으로부터 여성장애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장애여성정책종합계획 수립‧시행 △부처 간 의견 조정 △정책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통령 소속 장애 여성 정책조정위원회 설치 △교육 지원, 모성 보호와 보육 지원, 여성건강 지원, 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학대 피해 지원, 성 인권 교육 지원, 가족 지원 등에 대한 근거 마련 등이다.

최 의원은 쿠키뉴스에 여성장애인에 대한 정책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여성장애인은 남성장애인에 비해 낮은 교육 수준과 고용률로 장애인단체 현장에서조차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며 “이외에도 여성장애인의 장애 유형‧정도‧특성을 고려한 정책이 없어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애여성지원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여성장애인을 향했던 시혜적‧동정적 관점의 정책에서 벗어나 생애주기별 여성장애인 지원책과 편의 제공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복지‧교육‧경제활동 등 분야별 종합계획 수립 및 시행으로 여성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역량 강화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민경 인턴기자 medsom@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