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만남 요구" vs "떳떳하다"…종로구청장 권한대행, 비서 성희롱 의혹 진실공방

임지혜 / 기사승인 : 2021-12-09 14: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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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밥 먹자 등 사적 자리 계속 요구"... 위력에 의한 추행 등 고소
"꽃뱀- 돈을 요구했다는 소문으로 2차 가해"
강필영 종로구청장 권한대행 "사실 아니다"... 공갈미수죄로 맞고소

9일 강필영 종로구청장 권한대행의 성희롱 의혹을 제기한 전 비서 A씨와 가족이 인천의 법무법인 서해 사무실에서 피해 사실을 전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30살도 안 된 딸 아이가 1년4개월을 혼자 고민했다고 합니다. 열 달을 품어 낳았고 애지중지 키운 딸이에요. 죽이고 싶었습니다. 구청가서 (피해를 알아달라) 투신할 생각까지 했습니다. 방관한 그 사람들도 공범입니다" (비서 A씨 어머니)

"인정이 아닌 부하 직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분을 위로하기 위한 차원의 합의였습니다" (강필영 종로구청장 권한대행)

강필영 종로구청장 권한대행이 20대 비서를 추행·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를 주장하는 A씨는 추행·성희롱으로 충격인 상황에서 2차 가해까지 더해져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반면 강 권한대행은 "어쩔 수 없이 방어하긴 했지만 마음이 좋지 않다"며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피해자 A씨와 가족들은 9일 오전 법무법인 서해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 권한대행 비서로  일하는 1년 4개월간 성희롱과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합의금 4억원'에 대해선 "변호인 간 조율이 있었던 내용이지 합의금에 일체 관여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A씨 측은 "(강 권한대행) 부임 직후 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퇴근 후 밥 먹자' '술 먹자'며 사적인 자리를 계속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강 권한대행 비서로 근무했다. 사회초년생으로 상급자의 추행·성희롱을 참을 수밖에 없었던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의사로부터 '위계에 의한 성추행'이라는 진단도 받았다고.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 가족은 직장과 당시 구청장에게 알렸으며 구청장은 강 권한대행과 A씨를 분리조치하고 타 부서로 인사이동시켰다. 

관련 내용과 관련해 양 측은 변호인을 통해 합의를 하기로 하고 내용은 외부에 발설하지 않기로 정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직원으로부터 "A씨가 꽃뱀" "돈을 요구했다"는 소문을 전해 들었고 이 말의 출처가 강 권한대행 비서실이라는 말을 듣게 됐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결국 A씨는 강 권한대행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성희롱으로 고소했다. 합의 내용이 비공개인 만큼 강 권한대행이 아니면 타인이 알 수 없는 내용이며 이런 소문 자체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양측의 합의는 무산됐고 강 권한대행도 공갈미수죄로 A씨를 맞고소했다. 

A씨의 어머니는 "당시 구청장 비서실장 B씨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그로부터 강 권한대행이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전달받았다"며 "(강 권한대행도) 가족이 있을 것이니 파면이 아닌 사직을 요구했다. 사과하고 합의본다는 식으로 시간을 벌면서 (직장에) 지라시를 뿌린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먼저 강 권한대행이 사과에 나선 만큼 의혹을 인정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A씨는 "'강 권한대행과 사귀는 사이다' '만난다' 등이 말이 계속 나왔고 무성한 소문에 시달리면서 (비밀) 합의과정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아무런 해명도 할 수 없었다"며 "사실 합의문 자체도 가해자에 좋은 것 아닌가. 저도 조용히 넘어가려 했다"며 울먹였다. 

A씨가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올린 게시글. 사진=네이트판 캡처
강 권한대행에게 4억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 A씨의 어머니는 "상대방 측이 조속한 합의를 원했고 협의에 응하기로 해 협의안을 보낸 것"이라며 협의 조율 과정이었을 뿐 강제하거나 요구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들이 받은 고통의 크기라고 생각했고 이런 부분을 상대방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A씨도 "4억원이 중요한게 아니다. 이건 범죄"라며 "10억~20억원을 받는다 해도 이전의 저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사람이 무서워 인간관계도 다 깨졌다"고 했다. 

A씨 측은 자세한 추행·성희롱 내용을 밝히길 원하지 않아했다. 다만 A씨는 관련 내용은 고소장에 상세히 적혔으며 13~14페이지 분량에 달한다고 전했다. 추후 필요시 공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강 권한대행은 해당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강 권한대행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떳떳하다. 추행·성희롱 인정이 아니라 처음에는 원만한 합의를 바랐다"며 "(이런 의혹으로) 너무 힘들고 부하 직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어 그런 의미에서 합의에 응했다"고 해명했다. 

명예훼손이나 무고 등이 아닌 공갈미수죄로 고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먼저 준비할 수 있는 방어였다"고 했다. 소송 제기 당시 의혹이 세간에 공개적으로 제기되지 않았던 만큼 공갈미수죄로 본인의 무죄를 증명하고자 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편 종로구는 지난달 1일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이 내년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후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A씨가 강 권한대행을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